민주화의 상징인 '1987년 헌법'이 시행된 지 40년이 다 돼간다.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높아지고, 국민의 민주적 역량이 성숙한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에서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추구했던 장기 집권 우려는 사라졌다고 하겠다.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제'가 초래하는 승자 독식 등 적잖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시대정신과 국제정세가 변하면 대한민국 헌법인들 불변일 수는 없다. 권력 분산과 국민 통합 위한 개헌 필요성 중국 전국시대 법가(法家)의 집대성자이자 통치술·제왕학의 창시자인 '한비자'의 말은 상징적이다. "세상이 달라지면 만사가 달라진다(世異則事異)" 그렇다. 세상의 흐름이, 생각의 틀이, 문화가 달라지면 만사가 바뀌게 마련이다. '성인(聖人)도 시속(時俗)을 따른다'는 속담도 이를 방증한다고 하겠다. 시대정신이든 시대상이든 변하는 현실을 거역할 수 없다는 의미다. 개헌이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정당과 정파별 유불리를 떠나 승자 독식의 위험을 제거하고 국민주권으로 가기 위해 권력 분산과 국민 통합을 위한 협치를 실효적으로 제도화하는 개헌 필요성은 작지 않다. 사실 현행 헌법은 산업화 시절인 국민소득 3000달러 시대에 만들어져 오늘날의 시대정신과 사회
한때 한국의 골목마다 울려 퍼지던 소리가 있었다. 재봉틀이 돌아가는 경쾌한 리듬, 천을 재단하는 가위의 날카로운 숨결, 그리고 한 땀 한 땀 정성을 담던 손끝의 온기. 1980년대의 한국은 ‘의류 봉제 강국’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봉제 공장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고, 그 속에서 만들어진 옷들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삶의 흔적이자 기술의 집약체였다. 그러나 시간은 방향을 바꾸었다. 경제가 성장하고 임금이 오르면서 기업들은 더 낮은 비용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값싼 노동력이 있는 곳으로 공장은 하나둘씩 이전되었고, 결국 한국의 봉제 산업은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남겨진 것은 텅 빈 공장과 더 들리지 않는 바늘 소리뿐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산업 이동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품질’과 ‘정성’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의 이동도 함께 이루어졌다. 과거의 옷은 오래 입을 수 있었다. 실밥 하나, 단추 하나에도 쉽게 풀리지 않는 견고함이 있었고, 세련미가 있었고 또한 입을수록 몸에 익어가는 편안함이 있었다. 옷은 소비되는 물건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존재에 가까웠다. 반면 요즘의 옷은 빠르게 만들어지고
현재 우리나라의 자동차세는 차량의 배기량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배기량이 높을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 기준이 과연 합리적이고 공정한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배기량이 높은 차량은 가격이 비싸고, 과거에는 연료 소비와 배출가스가 많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자동차 기술은 크게 발전했다. 최신 대형 차량들은 오히려 정교한 엔진 기술과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통해 환경오염을 줄이고 있으며, 일부 차량은 소형차보다 더 깨끗한 배출 성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배기량만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배기량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차량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세금을 더 내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한 도로 이용 측면에서 보더라도 모든 차량은 동일한 도로를 이용한다. 도로를 달리는 데 있어 배기량이 높다고 해서 더 많은 도로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세금 부과 기준 역시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자동차세는 단순한 배기량 기준이 아니라 실제 환경 영향, 예를 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종량제 봉투는 ‘쓰레기를 담는 친환경 도구’로 인식되기 쉽다. 그러나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환경적 한계를 안고 있다. 대부분의 종량제 봉투는 폴리에틸렌(PE)이라는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다. 이 소재는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소각 시 비교적 안정적인 특성을 갖고 있지만, 자연 상태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즉, 땅에 묻히는 경우 오랜 시간 형태를 유지하며 환경에 잔존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생분해성’ 봉투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옥수수 전분 등을 원료로 한 PLA, PHA 계열의 플라스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재 역시 일정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분해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약 58도 이상의 고온과 충분한 산소, 그리고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는 산업용 퇴비화 시설에서나 가능한 환경이다. 문제는 실제 국내 쓰레기 처리 환경이다. 현재 대부분 매립지는 저온·저산소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생분해성 봉투라 하더라도 자연적으로 썩어 없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생분해’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현실에서는 일반 플라스틱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종
중국 전국시대 대표적 법가 한비자는 “공공의 이익을 좇아 법을 받들면 골고루 이익을 나눌 수 있다(從公奉法得平均)”고 환기시켰다. 민초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세상을 바로 세우는 공익적 법과 제도의 실천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그렇다. 법과 원칙이 바로 서야 한다. 선진민주주의의 기본 요체다. 6·3지방선거 선거구 획정 아직도 미정 사리가 이러하기에 국회의 ‘직무 유기’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6월 3일은 제9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일이다. 한데 6·3지방선거가 7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회에서 선거구획정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소수 정당과 예비후보, 입지자들은 냉가슴만 앓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획정은 선거일로부터 180일 전인 작년 12월 5일까지 이뤄져야 했지만 법정 시한을 이미 넘겼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실질적 논의를 못 하고 있다. 통상 선거구 획정은 국회에서 광역의원 선거구에 대한 안이 정해지면, 이를 기반으로 지역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가동돼 기초의원 선거구를 정하게 된다. 그러나 제때 이뤄지지 않아 폐해가 일파만파다. 경기도의 경우 정당별로 수백 명에 달하는 광역·기초의원 후보들을 검증해야 하지만, 선거구 변동을 우려해 이
우리나라의 법정 정년은 현재 60세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과 사회 구조의 변화 속에서 이 기준은 더 이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정년을 65세로 연장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그로 인해 자녀의 성장 시기도 자연스럽게 뒤로 밀렸다. 많은 가정에서 60세 전후의 나이는 자녀가 대학에 다니거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중요한 시기와 겹친다. 이 시기는 교육비와 생활비 등 지출이 가장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이 정년퇴직으로 소득이 끊긴다는 것은 가정에 큰 경제적 부담을 안길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는 이미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 의료 기술의 발달과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났으며, 60세는 더 이상 노년의 시작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갖춘 나이다. 이 시기에 퇴직을 강요하는 것은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숙련된 인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손실로 이어진다. 정년 연장은 단순히 개인의 생계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경제 활동 인구를
노동은 신성함과 존엄성을 지닌다. 모든 사람은 노동을 통해서 자기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을 수 있고 더 큰 행복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일을 통해 성과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보람을 맛본다는 사실이다. 국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 나라가 잘살려면 국민이 열심히 일해 생산성을 늘리고 수출 증대 등 더 큰 성취를 쌓아야만 가능하다. 국민일체감도 가능해진다. 이처럼 노동이란 개인이나 가정, 공동체에 행복을 낳는 원천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노동은 인간 생활의 가장 소중한 가치로 인식됐다. 중국 당나라의 백장 회해선사(百丈 懷海禪師)는 "하루 일하지 않으면 그날은 먹지 않는다( 一日不作 一日不食)"고 설하고 이를 솔선수범했다. 백장선사는 90세의 노구에도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수행하는 등 다른 대중과 함께 운력에 참여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제자가 백장스님이 사용하던 농기구를 모두 감추었다. 그러자 스님은 그날 방에서 나오지 않고, 식사도 하지 않았다. 제자들이 이유를 묻자 답한 말이 "내가 아무런 덕도 없는데 어찌 남들만 수고롭게 하겠는가?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 노동의 가치는 시대를 뛰어넘어 인간 사회엔 필수 불
'논어'의 가르침을 되새겨야겠다. 자장(子張)이 스승 공자에게 여쭈었다. "무엇이 백성에게 은혜로우며, 또 낭비하지 않는 것입니까(何謂惠而不費)." 공자는 대답했다. "백성들이 이롭게 여기는 것을 근거로 그들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일로 인도하는 바, 이것이 백성에게 은혜롭되 낭비하지 않는 것이 아니겠는가(因民之所利而利之 斯不亦惠而不費乎).“ 서울‧수도권 집값 비정상적으로 고가 상승 정치권과 당국의 깨인 시각이 요청된다. 부동산 경기는 건설업, 이삿짐센터, 인테리어업은 물론 가계부채와 내수 소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이 집값을 띄워 경기회복의 불쏘시개로 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수도권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고가로서 상승추세라는 사실이다. 물론 투기세력의 다주택 보유도 원인이지만 공급 부족도 큰 이유다. 2026년 초 기준, 부동산 시장은 서울 및 수도권의 상승세와 달리 지방은 하락세가 지속되는 극심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생활 기반 시설의 수도권 집중, 인구 감소, 미분양 적체로 인해 지방 핵심 지역(대구 수성구 등)을 제외하고는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되어 있다. 일자리, 교통, 교육 인프라가 수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걱정하는 한 시민으로서, 외국인 근로자 정책과 관련하여 깊은 우려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 현장, 특히 공단과 제조업, 건설 현장을 살펴보면 한국인 근로자보다 외국인 근로자가 더 많은 상황이 결코 드물지 않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대한민국 국민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실업자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불안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미국의 최근 사례를 보면, 과도한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자국민의 일자리를 잠식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시민의 고용 불안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으로 외국 근로자를 제한하거나 추방하는 정책 기조로 전환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 사례는 노동 수요와 인구 정책이 균형을 잃을 경우, 사회적 갈등과 정책 급변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외국 인력 수용은 필요하지만, 자국민의 일자리 보호를 전제로 한 신중한 관리와 어느 정도 제한을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외국인 근로자와 한국인 근로자에게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는 현행
세상만사 우연은 없다. 우연처럼 보일 뿐 필연적 원인이 있는 법이다. 씨를 뿌렸으니 열매가 있는 게 아니겠는가. 이른바 인과(因果)다. 다만 무슨 일이 벌어지든 조짐은 있다. 지진이 나고 쓰나미가 덮치며, 구조물이 무너질 때도 크고 작은 예후가 있는 것과 같다. 조짐을 보고 닥칠 일을 예상해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삶의 지혜다. 미, 협정 깨고 자동차 관세 20%로 인상 으름장 고환율과 고금리, 미국발 관세 폭탄 등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내수 부진의 우리 경제에 ‘해외 리스크’마저 그만큼 커졌음을 뜻한다. “복은 쌍으로 오지 아니하고, 화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福無雙至 禍不單行)”는 ‘속설’의 현실화를 느끼게 된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려면 노사 화합, 이른바 산업평화가 기본이다. 한데 현실은 아니다. 반도체와 함께 우리 주력 수출산업 자동차를 보자. 근래 한국자동차산업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총아’ 자율주행차와 고효율 친환경 전기차 양산 등 자동차 생산과 기능 등 패러다임 자체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이 저임금을 무기로 자동차 생산·수출에 물량 공세를 퍼붓고 있다.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하루가 다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