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정치란 인간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퇴직 후 최소한의 품위 있는 노후생활을 담보하는 연금제도는 이런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 국민연금은 물론 공무원-군인연금은 다 이런 순기능을 지니고 있다. 마땅히 가입률을 높이고, 퇴직 후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독려해야 한다.
공무원·군인연금 적자 보전 세금 연 3조여 원
그러나 연금제도 유지엔 원칙이 있어야 한다. 국민 일반의 세금으로 공무원연금의 부족분을 메우는 식은 곤란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공무원·군인연금 적자를 메워주는 국고지원금은 2022년 공무원연금 약 1.4조 원, 군인연금 약 1.7조 원 수준으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국민 세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는 미래 세대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기준 퇴직 공무원·군인에게 향후 연금으로 지급해야 할 돈(연금충당부채)이 1300조 원을 넘었다. 연금충당부채는 향후 70년간 공무원·군인연금 수급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총액을 추정해 현재가치로 환산한 비용을 뜻한다.
연금충당부채는 연금 수입 상당 부분을 가입자(근로자)와 정부(고용주) 보험료로 충당하고 있기에 국가부채와 달리 전부 ‘나랏빚’이라 보긴 어렵지만, 결국엔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연금법상 적자 비용은 국가 세금으로 보전하도록 규정돼 있기에 하는 말이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 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단기적인 재정 상황은 특수직 연금인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비해서는 낫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단기적으로는 적립 기금이 증가해 약 10~20년 후를 기점으로 정점에 이르고, 이후 급속히 감소해 바닥을 드러낸 뒤에는 가파르게 재정적자의 늪에 빠진다. 실제로 2023년 1월 나온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40년에 1755조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하지만, 2041년 적자로 돌아서고 이후 급감해 2055년에는 소진된다.
제도 부양비(가입자 100명이 부양해야 할 수급자 수의 비중)를 보면,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2020년에 각각 19.4명과 21.8명으로 공무원연금·군인연금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50년에는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을 앞지르기 시작한다. 이미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지금도 적자를 내고 있어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종 연금에 앞으로도 세금 투입이 천문학적으로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수급자 수는 증가하고 가입자 수는 줄기 때문이다. 예상 국고지원 규모는 2030년 6조8000억 원, 2040년 12조2000억 원, 2060년 21조4000억 원 등으로 가파르게 늘어나리라는 분석이다.
공무원연금 수급자 수는 2078년 이후엔 가입자 수를 추월한다. 이에 따라 연금급여액은 2030년 22조2000억 원에서 2090년 50조9000억 원으로 연평균 1.7%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보험료 수입의 연평균증가율(0.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국민‧교원 연금 등 총체적 개혁 시급
군인연금 역시 마찬가지다. 수급자 수는 2030년 11만5000 명에서 2090년 15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연금급여액은 2030년 4조 원에서 2090년 8조7000억 원으로 연평균 1.5% 늘어날 전망이다. 보험료 수입의 연 평균증가율(0.7%)은 이보다 낮다.
한마디로 4대 공적연금 가입자는 2050년에 각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려면 소득의 최소 22.5%(국민연금)에서 최대 45.8%(군인연금)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공적연금의 미래 가입자가 짊어져야 할 보험료율은 현재 가입자보다 2배 이상으로 높아지는 셈이다.
이런 현실에도 도덕적 해이도 여간 큰 게 아니다. 2023년도 감사 과정에서 사학연금의 경우 일부 사립유치원장이 퇴직 전 월급을 셀프 인상해 최대 2796만 원의 과다한 퇴직수당을 챙긴 사실 등도 드러났다. 이는 중·고교 사립학교장과 달리 사립유치원장에게는 월급 인상 상한선이 없어 발생한 제도적 허점 때문이다. 이러니 총체적인 연금 개혁은 하루라도 늦출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화급한 과제임을 직시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