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대한민국 문학은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한국문학은 세계 문학의 중심에 우뚝 섰다. 정부는 국가적 경사라며 축하했고, 지방자치단체는 현수막을 내걸었으며, 언론은 앞다퉈 K-문학의 시대를 선언했다. 한 명의 작가가 이룬 성취는 대한민국 문화의 자부심이 됐고, 우리는 세계가 인정한 한국문학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그 자부심을 무색하게 만드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강 작가와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온 서울의 독립서점 '오늘책방'이 문을 닫기로 한 것이다. 운영을 포기한 이유는 문학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건물 매각으로 임대차 계약이 종료됐고, 새로운 공간을 찾으려 했지만 서울의 높은 임대료와 운영비는 작은 독립서점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결국 책방은 독자와의 작별을 선택했다. 물론 누군가는 시장경제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건물주는 재산권을 행사했고, 임대료는 시장이 결정한다. 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문화를 단지 시장의 논리로만 판단하는 순간 도시는 가장 먼저 기억을 잃는다. 오래된 책방이 사라지고, 작은 공연장이 문을 닫고, 독립
2027년 적용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보다 380원(3.7%) 오른 금액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 기준 223만6,300원이다. 숫자만 보면 인상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을 둘러싼 분위기는 '인상'보다 '타협'에 가깝다. 그것도 어느 한쪽도 만족하지 못한 절충안이다. 노동계는 생계비와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한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물가 상승으로 외식비와 주거비, 공공요금까지 오르면서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체감 생활은 더욱 팍팍해졌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이라는 점에서 더 과감한 인상이 필요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경영계는 여전히 부담이 크다고 호소한다.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상승을 가장 먼저 걱정한다. 이미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결국 채용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이다. 결국, 이번 최저임금은 노동계도, 경영계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최종안의 차이가 불과 30원이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표결로 결론이 났다. 숫자는 정해졌지만 사
검찰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던 지난 3월, 국내 정유사 내부 업무용 메신저에서는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오늘 가격 100원 더 올린다. 올해 2조 벌 듯." 과 같은 충격적인 대화가 작성됐다고 한다. 국민은 국제 정세를 걱정했고, 자영업자는 치솟는 유류비를 감당하지 못해 한숨을 쉬었다. 화물차 운전자는 기름값 계산기를 두드렸고, 농민들은 농기계 한 번 움직이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그 시각 누군가는 가격 인상을 수익 기회로 바라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물론 이 사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될 사안이며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다. 그러나 검찰이 공개한 수사 결과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내용은 국민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검찰은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를 가격 담합 혐의로 기소했고, 직접 담합 규모는 14조2천억 원, 의식적 병행행위까지 포함한 경제적 피해는 최대 26조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 역시 가격 상승 흐름에 편승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전량구매 계약과 사후정산 방식 등 공정한 거래를 저해한 혐의로 정유사들을 재판에 넘겼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별도로 제주지역 주유소 가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이상천 제천시장이 가장 먼저 꺼낸 화두는 공직기강이었다. 취임 직후부터 간부회의와 기자간담회에서까지 같은 메시지를 반복한 것은 그만큼 조직의 분위기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사실 조직은 기강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활력이 있어야 하고, 일할 의욕이 살아 있어야 한다. 공직기강이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면 조직의 활력을 되찾는 일은 행정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고민도 여기에 있다. 적극적으로 일하기보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 되고, 새로운 시도보다 전례를 따르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조직은 안정될 수는 있어도 역동성을 잃게 된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될수록 행정은 느려지고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도 더디다. 민선 교체기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인사를 앞두고 눈치를 보는 분위기, 새로운 정책 방향을 관망하는 문화, 부서 간 협업보다 자신의 자리부터 지키려는 심리가 나타나기 쉽다. 조직이 움츠러들면 결국 그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간다. 이상천 시장이 공직기강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다만 기강만으로는 부족하다. 조직이 살아 움직이려면 공무원들이
관광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한때는 유명한 관광지를 얼마나 많이 보느냐가 여행의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무엇을 먹고 어떤 문화를 경험하느냐가 여행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다. 음식은 더 이상 관광의 부속물이 아니다. 오히려 관광객을 지역으로 불러들이는 가장 강력한 콘텐츠가 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K-미식여정(K-Gastronomy Journey)'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국의 닭요리 명소를 연결한 'K-치킨벨트'를 시작으로 전통주, 식품명인, K-푸드 페스타까지 지역의 먹거리를 관광과 결합해 새로운 국가 관광자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정부가 단순히 맛집을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음식과 관광지, 전통시장, 숙박, 농촌체험을 하나의 여행상품으로 묶어 지역경제를 살리는 전략을 내놓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정책은 지방자치단체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제 관광 경쟁력은 얼마나 큰 시설을 지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매력적인 이야기를 음식에 담아냈느냐에서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제천을 돌아보게 된다. 제천은 충북을 대표하는 관광도시다. 의림지와 청풍호반, 청풍호 케이블카, 청풍문화재단지, 박달
의림지는 제천의 심장이다. 삼한시대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의림지는 2천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청전뜰을 적셔온 생명의 물길이며, 지금도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살아있는 농업유산이다. 이러한 역사성과 희소성은 국가농업유산 지정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제천을 대표하는 역사문화관광의 중심축으로 성장해야 할 자산이기도 하다. 민선 7기 당시 이상천 시장이 문재인 정부의 충북 공약사업인 미래첨단농업복합단지를 제천에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의림지와 청전뜰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농경문화의 원형을 간직한 곳으로 충북에서 사업 타당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고 강조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결국 의림지와 청전뜰은 보전과 활용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공간이지, 그대로 두는 것이 보전인 공간은 아니다. 의림지와 청전뜰은 제천의 미래 먹거리다. 그런데 최근 청전뜰을 가로지르는 고압 전력선 지중화 사업을 두고 적지 않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90억 원이라는 사업비를 들어 "그 돈이면 복지나 도로를 먼저 해야 한다",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얼핏 들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꼼꼼한 검증과 설명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천예술의전당은 누구의 공간인가.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문화예술시설이라면 당연히 시민의 것이고, 그 중심에는 지역 예술인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운영 방식은 조금 달랐다. 좋은 공연을 유치한다는 명분 아래 정작 제천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에게는 높은 문턱이 세워져 있었다. 전문예술단체임을 증명해야 하거나, 일정 자격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물론 공연장의 수준과 운영의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였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예술인들조차 무대에 서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었다. 집은 지어 놓고 정작 집주인에게는 방문증을 요구한 셈이다. 문화시설은 건물을 얼마나 화려하게 지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시민과 예술인이 활용하느냐로 평가받는다. 아무리 훌륭한 공연장이 있어도 지역 예술인들이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 공간은 살아있는 문화공간이 아니라 전시용 건물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제천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제천예술의전당 대관 기준을 완화하고 지역 예술단체를 위한 별도 기준을 마련한 것은 늦었지만 반가운 결정이다. 지역 예술단체 구성원의 절반 이상이 제천시민이고, 일정 수준의 공연 실적을 갖추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손님 없을 때 쉬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쉴 수 없었어요.""밤 10시 넘어서까지 일했는데 야간수당은 없었습니다." "그만두려 하자 손해배상을 이야기했습니다." 청주지역 프랜차이즈 카페와 음식점에서 일하는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의 목소리다. 고용노동부가 청주지역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와 음식점 33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약 두 달간 집중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임금체불과 휴게시간 미보장,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기초 노동질서 위반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이번 감독은 지난 3월 청주의 한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발생한 점주의 청년 아르바이트생 강요·협박 사건을 계기로 진행됐다. "사업장 쪼개기"로 법 적용 피하려다 적발 감독의 출발점이 된 해당 커피전문점은 동일 사업주가 사업자등록을 달리해 카페와 디저트 매장을 별도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는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지급 의무를 회피한 사실이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49명에 대한 체불임금 약 300만 원을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더 큰 문제는 채용 과정이었다. 근로계약서에는 계약을 지키지 않을 경우 매출 피해액을 배상하도록 하거나, 3개월 이내 퇴사하면 임금의 90%만
신용한 충북도지사 당선인이 민선8기 핵심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증 방침을 밝히면서 김영환 전 지사의 대표 관광정책인 청풍교 업사이클링 사업이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 사업비 55억 원이 투입된 청풍교는 이미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 그러나 신 당선인이 직접 사업성을 문제 삼으면서 사업 향방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신용한이 지목한 이유 신 당선인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청풍교 사업을 대표 사례로 언급했다. 그는 "업사이클링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과 경제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300억 원에 가까운 철거비 절감 효과를 놓친 측면도 있다"고 언급하며 사업 타당성 검증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실상 인수위원회의 핵심 검증 사업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55억 원 투입된 청풍교 청풍교는 2012년 청풍대교 개통 이후 기능을 상실한 교량이다. 충북도는 철거 대신 정원과 산책로, 전망공간 등을 조성하는 업사이클링 사업을 추진했다. 교량 보수·보강비 19억 원과 정원 조성 사업비 36억 원 등 총 55억 원 안팎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는 청풍문화재단지와 케이블카, 유람선, 둘레길 등을 연결하는 관광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에게 공정한 선거를 약속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국민은 선관위를 믿고 투표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그 믿음에 적지 않은 균열을 남겼다. 선거 관리의 기본 중 기본인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지연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것도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된 서울시장 선거에서 말이다.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권자 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거나, 예측했음에도 대비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어느 쪽이든 선거 관리 기관으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패다. 더 황당한 것은 사태 발생 이후의 대응이었다. 현장 혼란이 커지는 동안 선관위는 국민을 안심시키기는커녕 상황을 따라가기에도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무엇이 잘못됐고 누가 책임질 것인지, 재발 방지를 위해 무엇을 바꿀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위기를 수습해야 할 기관이 오히려 위기를 키운 셈이다.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투표용지 몇 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선거 관리의 기본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한 조직의 무능과 안일함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문제가 반복될 때마다 선관위가 보여주는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