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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 소리] 쪽지 예산

 

2026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여야 간의 치열한 예산전쟁이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보다 8% 증가한 728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12월 2일까지 2026년도 예산안에 대한 최종 합의안 도출 및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헌법 및 국가재정법에 명시된 법정 처리 시한이다. 현재 예결위는 이 법정 시한 내 처리를 목표로 예산안 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가동하여 세부 심사를 진행 중이다.

 

시‧도 지사, 시‧군‧구청장 등 국회에 ‘예산 로비’

 

상임위원회별 심사를 거쳐, 11월 17일부터 예산소위에서 본격적인 감액 및 증액 심사에 돌입했다. 여야 입장 차가 뚜렷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정부 첫 예산인 만큼 정부 사업 기조를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미래 성장을 견인할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정부 예산안을 확실하게 통과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예산 심사 과정에서 대대적 삭감을 목표로 집중 검증에 나서고 있다. 내년 적자 국채 발행 규모가 약 110조 원으로 역대 최대라는 점을 들어 ‘빚잔치 예산’으로 규정하고, 민생 회복 소비 쿠폰 등 현금성 사업을 중심으로 한 포퓰리즘성 지출을 문제 삼고 있다.

 

이 와중에 직능 및 지역 사업을 위한 ‘쪽지예산’을 밀어 넣고 있어 국민 혈세인 예산이 제대로 쓰일지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전체회의에서 양대 노총 시설지원사업비 110억 원을 포함한 내년도 고용노동부 소관 예산을 통과시켰다. 이 사업은 애초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없었으나 환노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 심의 중 더불어민주당 측 요청으로 포함됐다고 한다. 이른바 ‘쪽지 예산’ 성격으로 불쑥 들어왔다는 얘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에는 본관 사무실의 임차보증금 전환비용 55억 원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에는 노총 중앙근로자복지센터의 승강기 교체 비용 등 55억 원이 각각 배정됐다. 민주당은 양대 노총이 정부의 노동정책, 노동 현안 등과 연계해 공익적 역할을 하는 부분도 있고, 다른 경제단체도 관례로 지원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노총은 한노총과 달리 1999년 2월 노사정위원회(현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탈퇴 후 복귀하지 않은 채 정부가 마련한 간담회에 간간이 얼굴을 비치는 게 고작인데, 공익적 역할을 다했다고 보긴 어렵다. 여당이 부적절한 청탁을 수용한 결과는 아닌지 의심된다. 불쑥 들어왔다는 얘기인데, 여당이 부적절한 청탁을 수용한 결과는 아닌지 의심된다.

 

이뿐만 아니다. 시‧도 지사와 시‧군‧구청장 등도 국회를 찾아 ‘쪽지 예산’을 부탁하고 있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예산 챙기기 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쪽지예산은 물론 ‘밀실예산’, ‘짬짜미예산’ 등 구태가 국회에서 불꽃이 을 튀기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지역 넘어 국가 난제 해결 힘써야

 

그러잖아도 ‘힘센’ 의원들의 ‘제 논에만 물 대기’ 식으로 예산을 가져간 게 문제가 되고 있다. 상임위원회를 이끄는 위원장과 여·야 간사 등 지도부가 상임위별로 할당된 정책연구용역 예산을 자신들의 지역구 현안을 위해 운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상임위 연구용역의 발주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사실상 의원의 사적 이해관계를 위해 상임위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의원들은 지역을 넘어 국가적 난제를 푸는 데 힘써야 한다. 여러 경제활성화법안과 노동개혁 법안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적해 있지 않은가.

 

송나라 학자 홍매(洪邁)는 저서 ‘이견지(夷堅志)’에서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도리에 어긋난 잇속을 탐하지 않으면 종래 책임질 일도 적을 것이요.(利不苟貪 終禍少), 어떠한 경우에도 참을 수 있다면 몸에 편안함을 얻을 것이다.(事能常仁 得身安)”

 

쪽지예산은 국회의원들이 예결특위 위원장, 여야 간사 또는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원회 위원들에게 자신의 지역구에서 벌이는 특정 사업과 관련한 예산을 반영해 달라는 민원을 적은 쪽지를 보낸 후 이 쪽지가 반영된 예산을 말한다. 최근에는 쪽지 대신 휴대 전화 문자와 카카오톡 등으로 부탁을 하기도 해 카톡 예산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예산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여하튼 쪽지예산은 정도(正道)를 벗어나기에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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