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9 (목)

  • 흐림동두천 10.3℃
  • 흐림강릉 15.8℃
  • 서울 11.2℃
  • 대전 11.0℃
  • 흐림대구 12.5℃
  • 흐림울산 15.0℃
  • 광주 13.7℃
  • 흐림부산 13.9℃
  • 흐림고창 13.1℃
  • 제주 19.2℃
  • 흐림강화 10.8℃
  • 흐림보은 7.5℃
  • 흐림금산 8.9℃
  • 흐림강진군 13.2℃
  • 흐림경주시 15.3℃
  • 흐림거제 14.3℃
기상청 제공

“도망쳐도 또 쐈다”···에어건으로 찍어 누른 ‘이주노동자 인권’

 

경기 화성의 한 제조업체에서 벌어진 ‘이주노동자 에어건 인권침해 사건’이 단순 폭행을 넘어선 조직적 가혹행위 의혹으로 번지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현장 증언과 영상 정황이 잇따르면서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장난’ 수준을 넘어선 인권 유린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사건은 공장 내부에서 작업 중이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사업주 측 또는 관리자급 인물이 공기압을 이용한 에어건을 발사하며 위협하거나 신체를 겨냥해 쏜 정황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일부 피해자는 “지시에 늦거나 실수를 하면 에어건을 쏘며 겁을 줬다”, “피하려 해도 반복적으로 겨냥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에어건은 산업 현장에서 이물질 제거 등에 사용되는 도구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인체를 향해 사용할 경우 피부 손상은 물론 눈 등 취약 부위에 심각한 부상을 입힐 수 있어 사실상 ‘위험 물건’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 장난이나 훈계가 아니라 명백한 신체적·정신적 폭력이라는 것이다.

 

논란을 키운 것은 ‘반복성’과 ‘권력관계’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언어 장벽과 체류 신분 문제로 인해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한 채 장기간 유사한 상황에 노출됐다는 취지로 호소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인 직원에게는 하지 않던 행동이 외국인 노동자에게만 집중됐다”는 주장도 제기되며 차별 논란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자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산업현장의 구조적 갑질”이라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사업장 내 안전·인권 관리가 사실상 방치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법무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법무부는 8일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태국어 통역을 동반한 면담을 진행하고, 법률 상담과 심리 지원 등 통합 보호 조치를 시작했다.

 

현장에는 ‘범죄피해자 원스톱 솔루션 센터’를 중심으로 검찰·경찰·변호사·범죄피해자지원기관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해, 사건 경위 파악과 동시에 향후 형사 절차, 손해배상 가능성 등 전반적인 대응 방안을 안내했다. 피해자의 건강 상태와 생활 여건 점검도 병행됐다.

 

법무부는 향후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한 무료 법률 지원, 중상해 피해 시 구조금 지급, 심리치료 프로그램 연계, 통·번역 지원 등 가능한 지원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피해자는 이미 심리 상담 의사를 밝힌 상태로, 장기적 트라우마 치료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책임을 끝까지 묻는 한편, 피해자 보호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며 “외국인 노동자 인권침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전반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단일 사업장의 일탈을 넘어, 국내 산업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처한 구조적 취약성을 다시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말 안 듣는다’는 이유로 공기압 도구를 겨누는 현장이 방치된 현실—그 이면에 가려진 노동 인권의 사각지대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