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날 개고기를 먹는 풍습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복(伏)은 사람인 옆에 개(犬)가 있는 모습을 형상화해 ‘굴복한다. 복종한다’는 뜻을 표현한 글자다. 무더위를 복(伏)이라 한 것은 ‘음기가 양기에 굴복한다’라는 뜻이라고 하나 몹시 추운 것을 ‘한(寒)’이라고 하는 것에 비춰보면, 꼭 맞는 말 같지는 않다. 그보다는 더위에 굴복해 쉬는 날이라는 뜻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한다.
1960년대쯤 지방 면 단위 동네 어귀에서 복날이면 늘어진 나뭇가지에 목줄이 감긴 채 똥개를 대롱대롱 매달아 놓고 동네 청년 몇 명이 매달린 똥개를 사정없이 후려치면 개는 비명과 함께 혀를 내밀고 생을 마감한다. 그런 똥개를 장작불을 피워놓고 털을 모조리 태운 후 지게에 지고 가까운 냇물에서 내장은 버리고 살코기 만 손질해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장작불 가마솥에 손질한 살코기를 넣고 푹 삶은 후 마을에서 빚은 막걸리와 함께 복날 마을 잔치가 벌어지는 것이다. 어린 시절 안동, 영주, 봉화 등지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실을 반세기가 훌쩍 넘어 생각을 정리해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필자는 그때부터 개고기는 쳐다도 보지 않고 개소리만 하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복날 ‘개 패듯이 팬다’란 말이 아마 이렇게 유래 된 것이 아닌가 추정해 본다. 중국의 (사기 史記)을 보면 진의 덕공(德公) 2년에 삼복 제사를 지내기 시작한 것으로부터 유래가 되었다고 하며, 복날에 개 잡는 풍습 역시 이때부터 유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요즘도 아주 몹쓸 인간을 보면 저런 놈은 ‘개 패듯이 패야 한다’고 격분하는 층이 가끔 보인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된 윤석열씨가 특검 조사과정에 불만을 품고 체포 영장을 소지한 특검 관계자가 교도소 독방에 있는 윤 씨를 강제 구인하려 하자 수형 복을 벗어버리고 내복 바람으로 체포에 불응했다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한때는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릴 권력 소유자가 불과 2년 사이에 풍전등화(風前燈火)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검찰 최고 권력자로, 또 박근혜씨도 구속수감 시킨 장본인이 자리가 바뀌어 그 자리에 본인이 앉아 버렸다. ‘인간만사 새옹지마’ 라더니 후일 또 어떤 변수가 닥칠지 모르겠지만,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중국 장계석이 한때 모택동을 휘몰아쳤지만, 장계석 역시 대만으로 쫓겨나지 않았는가. 세상일은 한 치 앞을 예단하기 어렵게 급변하고 있다.
윤석열은 이재명 지혜에 농락당했다. 민주당입법 권력이 향후 약 3년 정도 남아 있다. 3년 후 어떤 변수가 초래될지 두고 봐야 할 일이 더 많다. 오늘의 찬양가가 내일 장송곡으로 둔갑할지 아무도 모른다. 똥 자가 들어가 어울리는 동물은 개, 돼지, 파리 밖에 없다. 이들은 모두 똥을 먹는다는 동일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게 유별나게 개를 앉고 날궂이를 떨더니 서울구치소가 명당이 될 줄이야…
‘욕심이 화를 부른다’ 검찰총장도 하늘 같은 자린데, 그쯤에서 내려와 쉬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태산준령을 넘지만 당분간 서울의 찬가는 듣기 어렵게 됐다. 교도소 독방은 겨울이면 체온유지가 어려워 춥단다. 글 쌔 요즘은 난방시설이 좋은지 모르겠으나 전해지는 얘기로는 추워서 견디기 어렵다고 들었다. 교도소가 모텔 같으면 그건 교도소가 아니지, 우리나라 교도소로 다니면서 사형수들 교화만 전문으로 했던 열반한 박삼중 스님이 있었더라면 윤석열씨를 면회하러 갔을지 모른다.
사형수는 형이 확정되면 바로 형장으로 가야 하기에 항시 미결수 사동에 수용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권력가로 살아오면서, 마지막에 교도소 독방에 안주할걸, 권력이면 뭐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면 뭣하랴. 인생은 일장춘몽, 황금 마차에서도 내리면 그만인데, 참, 안타까운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고 살아간다.
보잉을 타고 날아도 한세상, 티코를 타고 털털거리며 가도 한세상, 얼굴을 성형해서 보름달 같은 눈을 굴려도 한세상, 양귀비하고 살아도 한세상, 늙으면 성형이고 뭐고 다시 피부는 쭈글쭈글해지고 보름달 같은 눈도 낮에 나온 반달로 변한다. 소용없는데 몸부림치는 가엾은 인생을 보면 불쌍하고 측은까지 하다. 모두 도로아미타불 아닌가.
어제 고급레스토랑에서 서양식 요리시켜서 실컷 먹고 오늘은 쌀이 없어 라면 끓이면, 어제가 무슨 소용 있나, 1960년대 개는 복날 올까 봐 노심초사해도 요즘 개들은 동남풍아 불어라, 하고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개 아빠와 개 엄마로부터 보호받으며 잘살고 있잖아, 현재 윤석열씨는 개 팔자보다 더 어렵게 가고 있다. 요즘 개는 걷지도 않아 개모차로 모시고 다니니까.
10억짜리 보석 목에 걸고 다니면 뭐할래, 명성 높은 여배우와 동거하면 뭐할래, 자고 일어나 목욕하면 그만 아닌가, 명성과 사치는 지나가는 사람들 시선 잠깐 모았다가 그 자리에서 떠나면 그만이라는 사실 앞에 초연한 삶이 최고다. 모두 부질없고 철없는 욕망에 지나지 않는다. 삼천갑자 동방석이가 좀 더 살려고 삼 년 고개에 계속 굴러도 결국 보이지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