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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칼럼] 제천시 ‘초상집,’ 영월군 ‘잔칫집’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일일 관객 누적 수가 23일 현재 582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2월 20일 강원도 영월군 청령포 선착장은 배(도선)를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기다란 띠를 형성하고 있었다. 육지 속 섬 청령포에서 주차장으로 나오려는 관광객도 이와 비슷한 형국으로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흥행의 여파를 실감할 수 있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청령포 주차장 커피 매장은 만원사례로 입추 여지없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청령포에서 장릉으로 나와 보니 이곳 역시 주차장은 차 세울 곳 없이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필자가 점심 좀 먹으려고 장릉 부근 ‘보리밥집’을 찾았으나 이곳도 긴 줄이 교량까지 덮고 있었다. 영화 한 편의 위력이 이 정도 일줄 미처 몰랐다. 어디서 몰려들었는지 오랜만에 사람 냄새나는 관광지를 보면서 차를 돌려 영월 시내로 와보니 유명한 ‘상동 막국수’ 집 앞 그곳도 보리밥집과 형편이 비슷했다.

 

영월군은 잔칫집이다. 상가는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장사가 잘되고 있는 모습에 모처럼 호기를 포착했다. 일 년 계속 이렇게 장사가 잘되면 지방도 살만한데, 문화적 감수성을 덧입히는 모습도 오랜만에 보는 진풍경이니 감개무량할 뿐이다. 삶에 찌들고 형편에 목말라 하는 서민들 애환이 이곳 영월 청령포에 오롯이 내려앉은 듯하다. 어린 단종이 얼마나 한양을 그리워했을까, 권력의 향배가 예나 지금이나 ‘오월동주’ 같다.

 

점심도 못 먹고 차를 돌려 충북 제천시를 향했다. 고암동을 지나 시내로 진입하자 제천시 분위기는 마치 초상집 같다. 어쩌다 제천시가 이 모양이 됐을꼬, 한탄과 개탄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지역 위정자들은 몰락하는 시민 경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면서 거짓말은 유창하게 토해낸다. 자신이 제일 똑똑하고 시민들은 모두 머저리로 보는 안목이 치졸하기 짝이 없다. 지방에 앉아있는 시민들을 바보 취급하고 자신을 신격화하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영화 한 편이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지 좀 골몰해질 이유가 있다. 경향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청령포, 을씨년스런 제천시 시내 모습, 텅 빈 가게, ‘임대’자로 뒤 덥힌 중심상가, 대기업이 없으니 낙수효과마저 기대하기 어렵고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며 내수 산업의 불황은 지방경제를 집어삼킨다. 그래도 자신들이 제일 잘나고 제일 똑똑한 척 고개를 쳐들고 있다.

 

흘러가는 게 물뿐만 아니라 세월도 흐르지 않나, 켜켜이 숲으로 쌓인 청령포를 바라보며 사약을 들고 갔던 금부도사 왕방연이 돌아가는 길에 지었다는 시조를 보면,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이 마음 둘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지금도 청령포 서강 가에 시비가 세워져 있다. 숙부 수양대군(세조)에 왕위를 빼앗기고 노산군으로 강봉된 단종이 1457년 영월로 쫓겨난 곳이 청령포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은 무상하다. 한 사람은 청와대로, 또 한 사람은 옥중에서 세월을 낚으며 간식은 컵라면으로 하루를 달래지 않겠나, 용산서 천하를 호령하던 사람이 무기수가 돼 봄비 추적이는 빗소리를 들으며 아마 지금쯤 사랑하는 마네킹여인의 그리움에 눈시울을 적실 터다. 이 사실도 왕과 사는 남자처럼 영화로 만들어 상영하면 관객 동원이 어떨까, 제발 살면서 ‘꼴값’ 좀 떨지 마라, 무슨 인생이 얼마나 간다고 그렇게들 꼴값을 떨고 있나,

 

임기 3개여 월 남겨놓고 청백리 행세하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모습이 가관이다. 간신들은 자신이 엄홍도라도 되는 양 아부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엄홍도 소나무가 가로누운 듯 기형적 행정에 골몰하고 있다. 4년 동안 승승장구했으니 이제 수산이나 덕산면으로 출퇴근하는 길이 열리지 않겠나, 굽이굽이 흐르는 서강물처럼 인생도 그렇게 흘러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까불지 말고 정도를 가라, 2022년 7월이 어제 같은데 벌써 2026년 3월이 성큼 왔다.

 

떠날 채비를 하고 간신들도 함께 떠날 채비를 하라, ‘화무십일홍, 인불백일호, 세불십년장’이라,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이다. 힘이나 세력이 한번 성하면 얼마 못 가서 반드시 쇠하여 짐을 비유하는 말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을 한번 돌아보라, 권력으로 시민을 괴롭게 하지 않았는지, 형평성을 잃은 행정을 하지는 않았는지, 아부로 연공서열을 뭉개버리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보라. 7월이 오면 의자를 빼야 할 당사자 들은 자신을 알고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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