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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궁전 ‘적멸보궁’

 

부처, 적멸의 낙을 누리다.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고한읍 태백산 골짜기에 있는 정암사 적멸보궁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셔놓은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寂滅寶宮) 중 하나다.

 

석가모니가 중인도 마가다국 가야성의 남쪽 보리수 아래 수행하면서 적멸의 경지에 이르렀는데 석가모니의 사리를 봉안한 적멸보궁이 적멸의 낙을 누리는 곳임을 상징한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일반적인 사찰 건물은 ‘ㅇㅇ전’과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궁(宮)’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성역이라는 뜻을 나타내며, 이 전각에는 불상을 봉안하지 않고 불단만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들어온 부처의 진신사리는 모두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경남 양산 통도사 적멸보궁,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 설악산 봉정암 적멸보궁, 영월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적멸보궁 등에 안치돼 있다.

 

정암사 적멸보궁은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창건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사리는 적멸보궁 뒤쪽 산비탈에 세운 수마노탑에 안치되었는데, 정암사 적멸보궁은 이 수마노탑 지어진 산 아래 탑을 바라보는 쪽에 자리 잡았다.

 

계곡이 흐르는 이 깊은 산중에 석가모니의 숨결이 깃든 도량을 짓는 의미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 순간만큼 속세를 잊고 가라는 뜻일 것이다. 모든 번뇌와 망상 속에서 벗어나 적멸의 낙을 누린다는 의미를 되새기며, 잠시 마음의 평안을 얻어가는 좋은 장소인 것 같다.

 

 

서해 용왕이 마노석 조각을 주며 탑을 세우라 부탁하다.

 

국보 제332호 수마노탑은 자장율사가 부처의 진신사리를 갖고 바닷길로 귀국할 때 서해 용왕이 마노석 조각을 주며 탑을 세워 달라고 부탁해 건립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마노’란 석영에 속하는 보석을 가리키며, 이것의 출처가 용궁이라는 물(水)에서 나왔다고 해서 수마노라는 명칭이 붙었다. 즉 수마노탑은 용궁에서 나온 푸른 마노석의 불탑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탑의 암석은 실제로는 마노가 아닌 백운암으로 만들어졌다.

 

수마노탑은 총 길이가 9m에 달하며, 화강암 기단 위에 세워진 1층 탑신에 감실(龕室)을 상징하는 문비가 있고, 그 위로 정교하게 다듬은 모전(模塼) 석재를 포개어 쌓았다. 국보 제30호인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 등 신라시대 이래 모전석탑에서 시작된 조형적인 안정감과 입체감 그리고 균형미를 잘 보여주고 있어 늦어도 고려 시대 이전에 축조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1972년 수마노탑 수리 해체 당시에 나온 탑지석(탑의 건립 이유, 수리 기록 등을 적은 돌로 탑 안에 넣어 둠)은 조성역사, 조탑기술 등을 연구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 국보 제21호)·다보탑(국보 제20호)을 포함해 탑의 이름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희소한 탑이다.

 

이처럼 수마노탑은 모전석탑으로는 드물게 탑 정상의 금속 상륜부와 모서리에 달린 풍경이 완벽하게 보존되어있는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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