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익숙한 골목길을 걸으면 마주치는 외국인, 간판 너머로 들려오는 외국어, 공원 벤치에 모여 앉아 웃음꽃을 피우는 이방인들, 그리고 식당에서 일하는 익숙하지 않은 얼굴들. 예전 같으면 보기 힘들었던 풍경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한국은 분명 변하고 있다. 한때 단일민족을 자랑하던 이 땅에 이제는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에 정착하고 있다.
처음에는 산업현장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받아들였고 어느새 제조업과 건설업의 주요 동력이 되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그 비중이 한국인 못지않을 만큼 커졌다. 공단과 공사 현장을 가보면,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외국인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아파트를 짓는 공사장에도, 건설장비를 다루는 손길들 중에도 외국 근로자가 섞여 있고, 한국 건설업 인건비보다 싼 중국 건설업체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건설업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 변화는 시대의 흐름일지 모른다. 세계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고 각국의 인력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는 시대다. 미국이나 유럽이 그러하듯, 한국 역시 다민족 사회로 가는 길목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흐름 속에서도 불안은 남는다. 우리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하는 걱정이다. 이미 젊은이들이 꺼리는 산업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체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 문제는 한국 사람이 삼대 직종을 선택하지 않고, 편안 직종만 선택하다보니 외국 근로자로 채워지는 것이다. 외국 근로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이 한국 사회에 뿌리 내리고 더 넓은 영역으로 진출하게 된다면, 과연 우리는 그 변화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지금은 한국인 구직자는 일할 곳이 없다고 말한다. 과거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힘든 일은 기피하는 것이 한국 사람이었다. 반면 고용주는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호소하기 때문에 외국 근로자로 채워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모순된 현실 속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빈틈을 메우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외국 근로자들이 채워지다보니 한국 사람들이 외국 근로자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그만큼 한국인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임금의 하락, 노동 환경의 변화, 그리고 문화적 충돌까지 그 모든 것이 함께 살아간다는 이름 아래 덮이기엔 너무 크고 무겁다. 외국인을 무작정 배척하자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그 수와 속도, 그리고 제도적 준비 없이 맞이하는 변화는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단지 경제적 필요에 의해 사람을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이웃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 변화의 길목에서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미국은 불법체류자 및 난민들을 추방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인에게도, 외국인에게도 공정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기준과 원칙을 세워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무턱대고 문을 열기 전에 그 안에서 살아갈 이들의 자리를 다시금 점검해야 한다. 변화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변화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자리를 지키는 일이며, 더불어 살아갈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한국은 지금 그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