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는 25일, ‘민사소송에서의 범죄피해자 개인정보 보호 강화 방안’을 다룬 보고서를 통해 소송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소 노출로 2차 가해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스토킹행위자가 그 피해자에게 소액의 돈을 송금한 것을 빌미로 대여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피해자의 바뀐 주소를 알아내고, 그 주소로 찾아갈 것처럼 위협해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보고서는 이처럼 가해자가 소송절차를 악용해 피해자의 주소를 알 수 있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피해자의 주소를 보호하면서도 소송서류를 원활히 송달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소송절차에서 당사자의 개인정보가 상대방에게 공개될 수 있다는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7월 12일부터‘소송관계인 개인정보 보호조치’가 도입되면 피해자가 제기하는 소송에서 개인정보 노출 위험은 줄어들겠지만, 가해자가 피해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송달 과정에서 여전히 가해자에게 주소가 노출될 수 있다.
현행법상 민사소송을 제기하려는 원고가 피고의 주소를 모르더라도 법원의 주소보정명령을 이용하면 피고의 주소를 알 수 있다. 원고는 소장에 당사자의 주소를 적어야 하는데, 피고의 주소를 적지 않고 소장을 제출하면 법원은 송달을 위해 원고에게 주소보정명령을 내린다.
「주민등록법」에 따르면‘소송 수행상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표 열람 또는 등ㆍ초본 교부를 신청할 수 있고, 원고는 법원에서 보낸 주소보정명령서를 가지고 피고의 주민등록표 등ㆍ초본을 발급받아 최종 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소를 확인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조치가 있으나 그 지원대상이 가정폭력피해자로 한정되어 있고, 소송 목적의 주소 확인은 사실상 허용되고 있다.
「주민등록법」에 따르면 가정폭력행위자가 그 피해자의 주민등록표를 열람하거나 등ㆍ초본을 교부받지 못하도록 피해자가 신청할 수 있지만, ‘소송 수행상 필요’한 경우에는 열람ㆍ교부를 제한할 수 있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현재 고려해 볼 방안은 전자소송 ‘사전포괄동의’를 적극 안내하는 방안이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도 소장을 송달받을 수 있어 원고에게 주소가 노출되지 않으므로, 피해상담 및 수사 단계부터 피해자를 대상으로 사전포괄동의를 안내하는 방안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한편, 일본ㆍ미국ㆍ독일은 피해자의 주소를 보호하면서도 피해자에게 소송서류가 송달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일본에서 가정폭력, 스토킹, 아동학대 피해자 등은 ‘DV(Domestic Violence)등 지원조치(DV等支援措置)’를 신청해 가해자가 자신의 주소를 알 수 없도록 할 수 있고, 법원이 원고(가해자) 대신 피고의 주소를 직접 확인해 소송서류를 송달한다.
미국 각 주(州)에서는 ‘주소 기밀유지 프로그램(Address Confidentiality Program)’을 운영해 피해자에게 가상 주소를 부여하고, 원고가 해당 주소로 소송서류를 송달하면 주 국무장관이 송달대리인으로서 해당 서류를 피고의 실제 주소로 전달한다.
독일 주민등록청은 개인의 생명, 건강, 신체의 자유 등을 위협하는 정보에 대해서는‘정보차단(Auskunftssperren)’을 적용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수 있고, 법원이 송달을 위해 정보차단이 적용된 주소 제공을 요청하면 주민등록청이 대상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위험 발생 가능성이 없는지 판단한 후 주소를 제공한다.
또한, 가해자가 민사소송을 악용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피해자의 주소를 보호하면서도 소송서류가 원활히 송달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가정폭력뿐만 아니라 스토킹과 같이 반복해서 발생할 수 있는 범죄에 있어서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민등록표를 열람하거나 등ㆍ초본을 교부받지 못하도록 「주민등록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가해자가 소송 목적으로 신청하는 주민등록표 열람 또는 등ㆍ초본 교부도 제한할 수 있도록 「주민등록법」에 명시하고, 제3자가 피해자에 대한 열람 또는 교부를 신청하는 때에는 신청사유와 신원을 철저히 확인해 피해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원고가 피고의 주소를 알 수 없도록 하더라도, 현행 「민사소송법」의 조사촉탁 제도*를 활용하면 법원이 직접 피고의 주소를 확인해 소송서류를 송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