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초가집, 기와집에서 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당에 들어서면 구수한 흙냄새가 풍기고, 나무 기둥과 기와지붕 아래로 바람이 솔솔 들어오던 그 집. 부엌에서는 장독대 냄새가 퍼졌고, 마루에 앉아 바라보던 뒷산 풍경은 지금 생각해도 따뜻한 풍경화 같다. 그 시절 우리 삶의 중심이었던 한국의 전통 가옥이 지금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현대 문명의 발달로 도시는 고층 아파트로 가득 찼다. 똑같은 모양, 똑같은 색,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풍경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아파트는 편리하다.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적합한 구조다. 하지만 그 속에는 사람 냄새, 흙냄새, 나무 냄새가 없다. 삶의 흔적과 정서, 그리고 전통이 빠져 있다.
전통 가옥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그것은 조상들의 지혜와 자연과의 조화를 담은 삶의 방식이며, 우리 문화의 근간이다. 대청마루에 앉아 이웃과 정을 나누고, 사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던 그 집은 단지 불편하다고 해서 버려져야 할 대상이 아니다. 사라지는 것은 단지 건축물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정서와 문화,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이다.

도시 곳곳에서 전통 가옥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선다. 주택들도 속속 허물어지고 있다. 마치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기억과 향수를 밀어내는 듯하다. 그렇게 도시는 점점 삭막해지고 있다. 창문을 열어도 마주하는 것은 회색 콘크리트 벽이고, 사람들은 서로 얼굴도 모른 채 살아간다.
이제는 멈춰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전통 가옥을 지키고, 주택 문화를 보존해야 한다. 전통 가옥을 복원하고, 현대의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방식의 주거 공간으로 발전시킬 수는 없을까? 전통을 지키는 것이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모두가 똑같은 아파트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삶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잃어버린 마루의 햇살, 담장 너머 들려오던 이웃의 안부 인사, 정겨운 마당의 고양이 울음소리. 그것들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아파트의 그늘에서 벗어나 전통과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집은 단지 머무는 공간이 아니다. 그 안에는 우리의 기억, 문화, 그리고 사랑이 담겨 있다. 전통 가옥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켜나가야 할 우리의 미래다. 아파트만 짓는다면 도시는 점점 삭막해질 것이다. 세상 사는 세상은 아파트와 주택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삭막하지 않고, 살맛 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지금 전통 가옥을 보존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