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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칼럼] 戰線夜曲(전선야곡)

 

1952년 신세영이란 가수가 부른 트로트 풍의 노래다. “가랑잎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소리 없이 내리는 이슬도 차가운데/단잠을 못 이루고 돌아눕는 귓가에/장부의 길 일러주신 어머님의 목소리 아아~ 그 목소리 그리워, 이런 내용으로 가사가 진행되고 있다.

 

필자 학창 시절, 서울 한남동 일원은 판잣집이 즐비했고 당시 막걸리 한 주전자에 노란 빈대떡 한 접시와 콩나물 한 접시 합해서 200원 하던 시절, 그때 막걸리는 왜 그리 독했는지 요즘 사발보다 조금 작은 주발로 한 주발 마시면 한남동 천지가 눈 아래로 보였다.

 

둥근 철판으로 된 식탁에 노란 막걸리 주전자 숫자가 늘어나면 ‘전선야곡’ 노래가 흘러나온다. 복싱을 좋아했고 국내 아마추어 무대에 올랐던 선수로 입학할 때부터 촌놈들끼리 콤비가 된 것이다. 유난히 이 노래를 즐겨 부르던 충남 예산 출신 동창이 얼마 전 지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장례식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앞을 가려 운전이 어려웠다. 필자가 포항에 있을 때 환호동 바닷가에서 밀려오는 바닷물을 보고 ”우리 인생도 저 바닷물처럼 밀려 왔다 밀려가겠지”라고 말하며 운동선수 출신답지 않게 灰心(회심)을 보이던 친구였는데, 가슴이 아프다.

 

인생은 生老病死(생노병사)의 순리에 따라 반드시 자연의 품으로 歸化(귀화) 하는 것이 순리다. 제아무리 양귀비라도 반드시 시들기 마련 아닌가, 인기 절정에서 아무에게나 인사도 제대로 받지 않던 권력가의 몰락도 우리는 1·2년 사이에 방송을 통해서 보고 있다.

 

야인시절 초라한 모습으로 행사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정치꾼도 바람의 장난으로 여의도로 간 후부터 배가 임신부처럼 튀어나오고 얼굴은 총 길이가 석 자나 늘어난 행태로 시민들 앞에 괴물이 돼 앉아 있는 모습을 보노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또한, 두 배로 잘사는 경제도시 만든다 해놓고 시민이야 죽던지 말든지 팽개치고 비행기 타고 떠난다. 투자유치 뻥튀기, 두 배는커녕 두 배로 몰락하고 있고, 어디서 들었는지 기업이 중심되는 투자 1번지, 기업과 함께 하는 꿈 꾸는 도시, 식품산업과 제약 바이오 유망기업에 집중투자한다며 너스레를 떨고 있고, 도대체 꿈은 누가 꾸는지 모르겠다.

 

3주년 맞이해 허튼소리만 지껄이고 비행기 앞으로 가버렸다. 써준 원고를 보고 더듬거리며 읽어 내려가지도 못하면서 두 배로 잘사는 도시 만들겠단다. 그럼 한배는 어떤 것인가, ‘임대자’ 천국에 입으로 두 배는 역전지게꾼도 외칠 수 있는 소리다.

 

진심으로 바라 건데, 약 10개월 후 선거 끝나면 자리에서 떠나라, 투자유치 10조 원도 귀찮으니 제발 헛소리 그만하고 떠나라. 충주시와 원주시는 손에 붕대 감고 있나, 제천시에 따라잡힐 경제가 아니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라면 몰라도 착각은 자유일 뿐이다.

 

제천시 시민 경제 몰락은 환상의 정도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기 시작한 실체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두 배로 떠벌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못해 지겹다. 마약을 하다가 마약을 하지 않으면 환 층이 온다고 하던데… 일몰 후 길거리는 인적이 드물고 일부 상가는 폐업과 함께 일부 상인은 떠나고 없다. 이런 상황 속에 뭐가 두 배며 뭐가 제4공단인지 참 하품 나온다.

 

3년 전 지금처럼 떠들어서 제천시민들은 혹여나 무슨 기술이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반신반의했지만, 이제는 한 번 속지 두 번은 절대 속지 않을 것이다. 온갖 미사여구로 기자회견 원문을 꾸며 놨지만, 도로아미타불이 돼 버렸다. 투자유치 3조3967억 원의 실체가 도대체 뭔가, 왜 투자유치가 필요한가,

 

시민 경제는 깡통 소리 나는데 그게 무슨 소용 있나, ‘실적’을 시민에게 가져오라, 궤변 늘어놓지 말고 ‘실적’ 이 우선되는 행정 라인을 구사하라는 얘기다. 아무 구속력 없는 비본질적 문제를 두고 3조를 했느니 4조를 했느니 해 봐야 소용없는 일 아닌가. 투자유치 전담 과장은 당신들이 총애하는 자가 앉아서 머리를 굴리고 있지 싶은데?

 

떠난 친구를 그리며 ‘전선야곡’이나 한 곡 불러 봐야겠다. 필자가 너무 오래 살았나, 아니면 친구가 먼저… 아픔이 계곡에 쌓이고 강변으로 내려가더니 다시 높은 봉우리로 올라간다. 잘 가게 친구야 얼마 지나지 않아 필자도 곧 뒤따라 가겠네, 부디부디 잘 가시게 다음 생애는 우리 막걸리 말고 동동주 한잔 먹어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