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탄절이 코앞으로 다가온 12월 22일, 여명의 시간에 충북 제천시 청전동 식당가에서 배출한 깡통을 열심히 줍는 70세 넘은 할머니를 보면서 그냥 돌아올 수 없어서 지갑을 열어보니 만 원짜리 두 장이 있길래 할머니에게 내밀면서 “쓰세요”했더니 화를 낸다.
“내가 왜 남의 돈을 받아요” 하면서 빈 깡통을 열심히 밟으며 쳐다보지도 않는다. “할머니 나이가 몇이세요” 하니까 “70이 넘었다” “자식이 없느냐”고 물으니까 “없고 혼자 산다”고 했다. 양은(알루미늄) 재질 빈 깡통은 1kg에 900원 준다면서 재활용 봉지에서 선별한 깡통을 손으로 긁어모은다.
현장에 긁어모은 빈 깡통은 어림잡아 1.5kg 정도로 보였으며 할머니 손수레에 담긴 깡통과 모두 합쳐봐야 약 3kg 정도로 보이는데 돈으로 계산하면 2700원 정도 나오겠다. 새벽에 일어나 깡통 주워 모아 봐야 칼국수도 한 그릇 못 사 먹는다는 얘기다. 돌아서 걸어오며 만감이 교차하고 애잔했다.
필자는 눈과 비가 오는 날 제외하고 새벽에 제천 시내를 한 바퀴 돌아 집으로 온다. 필자의 유일한 걷기운동인데, 상당 부분 건강에 효과가 있다. 오늘따라 깡통 줍는 할머니를 본 탓에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수십억을 꿀꺽하는 권력자들 비리를 보면서 깡통 주워 팔면서 단돈 2만 원도 남의 돈은 싫다고 거절하는 할머니.
여기서 먼저 무엇을 배워야 할까, 시민이 피땀 흘리며 벌어서 국가에 바친 혈세를 도둑질해 먹다 교도소로 향하는 철면피들을 자주 본다. 시민을 위하고 국가부흥을 외치던 철면피들은 착복한 혈세로 잘 먹어서 얼굴에 개기름이 번지르르 흐르며 시민을 위한다고 ‘개소리’를 연발했던 정치꾼들이다.
감언이설로 시민을 기만하고 자신의 배를 채우는 위정자들 앞에서 깡통 줍는 할머니의 외침을 들려주고 싶다. “내가 왜 남의 돈을 받아요” 꽁꽁 얼었던 육신에 전율이 흐른다. 구정권 시절, 아홉 살 난 ‘이승복’ 어린이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하며 무장공비에 항거했던 구 속사 국민학교 계방 분교장에 이승복 어린이 상이 세워져 있다.
입으로만 애국, 입으로만 위민 시 정책이 장마철 홍수 밀려오듯 거리를 메운다. 그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시민 혈세로 배를 채운 흔적이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부패 권력이 부패 금전으로 둔갑해 퇴직 후에도 호의호식하며 잘만 지낸다. 그자들 입에서 왜 애국이 나오는지 알아야 한다.
어리석은 국민은 오늘도 광화문 거리에서 헛구호를 외치고 있다. 누가 누구를 위한다고 이 추운 겨울 날씨에 헛구호를 외치나? 야인시절 초라한 몰골로 이 행사장 저 행사장을 전전하며 얼굴알리기에 주력했던 정치꾼들이 요행스럽게 당선돼 돌아다니면서 잘 얻어먹고 헛소리 잘해 배부터 나오고 얼굴은 장방형으로 살이 쪄 괴물로 변하게 된다.
자기 아들은 좋은 직장에 먼저 보내고 시민들이 양질의 청년 직장 호소하면 듣는척하다가 낙동강 오리 알 신세로 소외돼 버린다. 우리가 사는 주변을 보면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권력에 서 물러난 사람들 면면을 보라,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잘 먹고 잘산다. 그렇다고 선출직이 퇴직 후 대통령·국회의원직 빼고 연금 나오는 것 아니잖아?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란 어느 가수 노랫말이 맞다. 양궁경기에서 선수들이 ‘평정심’을 유지하듯 정치도 평정심을 잃어버리면 작금의 현실처럼 불행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민심을 읽지 못했으며 만용과 욕심이 대의를 변방으로 내치고 말았다. 권력의 향배가 기울어지니까 은둔했던 촉새가 다시 나불거리기 시작했다.
팔십이 넘은 노 정치꾼의 입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성장하는 젊은 세대들이 본받을까 심히 우려된다. 정치도 공연키로 결정 한 작품의 목록(레퍼토리)처럼 짜임새 있게 진행할 수 없나? 중구난방식 인신공격에다 특정인을 아주 매장하는 발언은 듣는 국민이 정말 식상하다.
할머니의 외침! “내가 왜 남의 돈을 받아요”이 외침이 전설이 되어 대한민국 정치꾼이 아닌 정치인들 면 전에 널리 널리 회자 되는 날이 오길 학수고대한다. 또 아홉 살 이승복 어린이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친 숭고한 정신을 정치인들은 가슴 깊이 새기고 세계 속 대한민국이 재탄생하기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