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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약속 지켰다”···독립운동가 허석 후손 허미미, 일본서 금메달

일본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을 선택한 허미미···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완성한 특별한 약속
파리올림픽 은메달의 눈물 딛고 정상···독립운동가 후손의 가슴 벅찬 금빛 메치기

 

허미미가 마침내 아시안게임 정상에 섰다. 1일 일본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몽골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첫 아시안게임 출전에서 따낸 값진 금메달이었다.

 

결승전에서도 허미미의 집중력은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승부를 걸어 업어치기로 유효를 따냈고, 이후 상대의 거센 반격을 침착하게 막아내며 끝까지 리드를 지켰다. 마지막 시간이 흐르고 승리가 확정되자 허미미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어진 시상식에서 태극기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일본 경기장에는 애국가가 울려 퍼졌고, 금메달을 목에 건 허미미는 시상대 정상에서 그 순간을 맞았다. 다른 선수에게도 벅찬 장면이지만 허미미에게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 순간이었다.

 

허미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성장했다. 유도 역시 일본에서 시작했지만, 그는 결국 대한민국을 선택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 선택의 배경에는 생전 할머니가 남긴 바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할머니는 손녀가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허미미는 그 뜻을 마음에 품었고, 이후 대한민국 유도 대표선수로 성장했다. 여기에 허미미가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후손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그의 태극마크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됐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돼 일본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 셈이다. 그래서 이날 금메달은 단순한 국제대회 우승 이상의 상징성을 남겼다. 개인의 선택과 가족의 역사, 그리고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이름이 하나의 장면으로 이어졌다.

 

허미미는 이미 세계 정상급 선수로 자리 잡았다. 2024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고 같은 해 파리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여자 유도의 간판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올림픽 결승에서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은 오래 남았다.

 

파리올림픽 당시 허미미는 금메달을 따면 시상대에서 듣게 될 애국가를 위해 가사를 외워두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지 못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뒤, 자신이 태어나 자란 일본에서 마침내 금메달과 함께 애국가를 듣게 됐다.

 

 

그 장면은 그래서 더 깊은 울림을 남겼다. 파리에서 이루지 못했던 금메달의 꿈을 일본에서 완성했고, 태극기를 가장 높은 곳에 올려놓았다. 한 선수의 도전이 가족의 이야기와 맞닿으며 더욱 특별한 순간으로 남게 된 것이다.

 

허미미는 과거 금메달을 따면 할머니 묘소에 가져가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제 그의 손에는 실제 금메달이 들려 있다. 할머니의 바람을 따라 대한민국을 선택했던 손녀가 마침내 가장 빛나는 결과를 안고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스포츠에서 금메달은 수없이 탄생하지만 모든 금메달이 같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허미미의 금메달 뒤에는 수많은 훈련과 땀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선택한 결심, 할머니와의 약속,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가족의 역사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가 일본에서 하나로 이어졌다. 일본에서 태어난 소녀는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됐고,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일본 시상대 정상에 섰다. 허미미의 금메달이 유독 오래 가슴에 남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