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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석 달여 만에 고장, 보수비 6억···제천 달빛정원은 왜 돌바닥이 됐나

준공 이듬해 초부터 반복된 하자···끝내 LED 철거·화강석 보도 전환
보증금 4,579만원, 법률자문은 재산 파악·가압류 제시
설치부터 철거까지 이어진 비용···제천시, 손해 회수·책임 규명 밝혀야

 

원도심을 밝히겠다며 설치한 바닥조명은 준공 석 달여 뒤부터 고장을 일으켰다. 거듭 고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고, 제천시가 추산한 보수비만 약 6억원 이상이었다. 끝내 시는 고장 난 LED패널을 걷어내고 그 자리를 화강석 보도로 바꾸는 데 다시 시비를 투입하는 절차를 밟았다.

 

제천 문화의거리 달빛정원 이야기다. 설치에 돈을 쓰고, 점검과 보수에 돈을 쓴 뒤, 철거와 보도 전환에도 비용이 이어졌다. 그러나 시설이 이처럼 일찍 기능을 잃은 원인은 무엇인지, 업체에 물어야 할 책임은 어디까지 추궁했는지, 손해는 얼마나 회수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필요하다.

 

미디어포커스가 정보공개로 확보한 법률자문의뢰서와 점검보수내역, 보도화 추진계획을 대조한 결과, 제천시는 지난 2022년 이미 하자보증금만으로 보수비를 충당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변호사에게 업체 재산 파악과 가압류 등의 절차를 제시받은 사실도 확인된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반복된 고장에 더해, 그 이후 시가 손실을 줄이고 책임을 묻기 위해 무엇을 했느냐에 있다.

 

준공 석 달여 뒤부터 하자···원도심 재생시설의 짧은 수명

 

문화의거리 자연형수로 경관조명 설치사업은 지난 2020년 원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제천시의 법률자문의뢰서에 따르면 A업체가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사업을 수행했으며, 착공일은 지난 2020년 4월 13일, 준공일은 같은 해 9월 3일이다.

 

사업에는 바닥 경관조명 LED패널 352개와 샹들리에 1개소, 14종 59개의 영상 콘텐츠 개발, 전기배관과 제어패널 제작·설치 등이 포함됐다. 자문의뢰서에 기재된 계약금액은 15억2,637만7,880원이다.

 

하지만 시는 같은 문서에서 “2021년 초부터” LED패널에 지속적으로 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0년 9월 준공 이후 석 달여가 지난 시점부터 문제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정확한 최초 발생일은 당시 점검기록을 확인해야 하지만, 준공 이듬해 초부터 고장이 이어졌다는 사실은 시가 직접 작성한 문서에 남아 있다.

 

시는 수차례 하자보수를 요청하고 조치했으나 같은 문제가 재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4월부터 정상화 요구 공문을 보내고 보수공사를 추진한 뒤에도 고장이 반복됐다. 지난 2022년 법률자문 당시에는 원형구조물과 샹들리에를 제외한 전 구간 바닥 LED경관조명이 운영 중지 상태였다.

 

공공시설이 준공 직후부터 반복적으로 고장 났다면 제품과 설치 방식이 현장에 적합했는지부터 되짚어야 한다. 비와 습기, 온도 변화, 보행 하중에 노출되는 바닥조명의 특성을 설계와 제품 선정에 충분히 반영했는지, 방수·내구성 검증과 준공검사가 적절했는지가 검증 대상이다.

 

 

보수비 6억원 이상, 보증금은 4,579만원···자문 이후 무엇을 했나

 

제천시는 지난 2022년 10월 19일 법률자문을 의뢰하면서 LED 바닥조명 보수에 “약 6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당시 확보한 하자보증금은 4,579만1,336원이었다. 보수비를 6억원으로 놓더라도 보증금으로 충당되지 않는 금액이 약 5억5,421만원에 달한다.

 

이는 당시 시가 제시한 예상 보수비와 보증금의 차액으로, 확정 손실액이나 실제 지출액은 아니다. 그럼에도 제천시가 이미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시가 업체 법인 또는 대표를 상대로 추가 채권을 확보할 방법을 물은 이유다.

 

다음 날 회신한 자문 변호사는 계약 상대방인 법인에 하자보수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인의 부동산·동산·자동차·채권 등을 파악해 가압류 등의 절차를 밟는 방법을 제시했다. 보증금 이상의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는 답변이 아니었다.

 

대표 개인에 대한 책임은 별도로 구분했다. 별도 연대보증 등이 없다면 법인의 책임을 대표에게 곧바로 물을 수 없지만, 처음부터 정상적인 계약이행 능력이 없었는데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기관의 판단을 구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개인에게도 하자보수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절차를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기 행위가 확인됐다는 판단이나 무조건 고소하라는 권고는 아니다. 법인에 대한 채권 확보와, 별도 요건이 필요한 개인 책임을 구분한 조건부 자문이다. 따라서 제천시가 밝혀야 할 것은 이 자문을 받은 뒤 실제 재산조사와 가압류, 손해배상청구를 했는지, 하지 않았다면 어떤 근거로 판단했는지다.

 

LED는 걷어내고 화강석으로···뒤처리에도 시비

 

시설을 되살리는 대신 철거하는 방향은 지난 2025년 보도화 추진계획에서 구체화됐다. 시는 LED패널 점검 결과 90% 이상이 고장 상태였다고 밝혔다. 교체비는 2억원 이상으로 추정했으며, 교체하더라도 외부환경 때문에 같은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의견을 담았다.

 

지난 2022년의 ‘보수비 약 6억원 이상’과 지난 2025년의 ‘교체비 2억원 이상’은 대상과 수량, 산정 조건을 대조해야 한다. 그러나 시설을 다시 가동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고 재고장 우려도 크다는 판단 아래, 시가 보도 전환을 선택했다는 흐름은 확인된다.

 

계획서에는 패널 이탈과 들뜸으로 안전사고가 우려돼 제거 조치를 한 상태라는 설명도 나온다. 시는 바닥조명 6구간, 75㎡를 정방형 화강석으로 포장하고, 바닥조명 철거 이후의 야간 경관을 위해 별도 조명을 설치하기로 했다.

 

전체 계획예산은 5,500만원으로 전액 시비였다. 바닥조명 철거·보도화에 3,000만원, 별도 경관조명 설치에 2,500만원을 배정했다. 이후 지난 2025년 10월 1일 철거와 보도 포장에 2,200만원을 집행하는 내부 결재가 이뤄졌다. 계획예산과 집행 결재액은 최종 준공·정산액과 구분해야 한다.

 

이에 앞서 공개된 지난 2022~2025년 점검·보수·설계 등 지출만 17건, 1억179만3천원이다. 이 가운데 LED 점검 용역비 1,238만4천원에는 하자보수보증금 활용이라는 표시가 있다. 이들 비용을 전부 시비나 하자 손실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초 설치 이후에도 후속 지출이 계속됐다는 사실은 드러난다.

 

결국 시민이 확인해야 할 것은 최초 설치비와 실제 보수비, 철거·정비비를 합친 총지출, 그리고 보험금과 업체를 통해 돌려받은 금액이다. 예산 투입의 전 과정을 정리해야 이 사업의 재정적 결과를 판단할 수 있다.

 

‘파산취소’ 알고도 ‘파산으로 조치 불가’, 설명 필요한 제천시

 

업체 상태에 대한 문서 설명에도 차이가 있다. 지난 2022년 자문의뢰서에는 A업체가 같은 해 6월 8일 파산선고 등기됐다가 7월 8일 파산취소결정 확정 등기가 된 상태라고 명시돼 있다.

 

반면 지난 2025년 보도화 추진계획에는 “2022년 도급자 파산으로 후속조치 불가”라고 적혀 있다. 파산취소가 곧 정상 영업이나 충분한 재산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가 파산취소 사실까지 파악하고 있었다면, 이후 어떤 법인 상태와 재산조사 결과를 근거로 후속조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는지 밝혀야 한다.

 

업체 선정 당시의 검증도 필요하다. 공개 기업정보상 A업체는 지난 2020년 약 20억6,398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이는 같은 해 2월 입찰 이후 확정되는 연간 실적이다. 전년도인 지난 2019년에는 약 2억9,445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2020년 적자만으로 입찰 당시 부실을 알고도 업체를 선정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확인해야 할 것은 선정 당시 실제 평가자료다. 신용평가와 재무자료, 유사 사업 실적, 기술제안서, 유지보수 인력과 부품 공급계획이 어떻게 검토됐는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 당시 드림팜도시재생추진단장과 시장에게 보고된 사업 타당성, 계약 승인 과정의 판단, 하자 발생 이후의 보고·결재 경위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제천시가 고장 난 시설을 철거한 것은 보행 안전을 위한 조치일 수 있다. 그러나 철거의 필요성이 최초 사업의 적정성과 사후 대응의 책임까지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시가 자체 문서에 적어놓은 반복 하자와 거액의 보수비, 법률자문 이후의 조치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

 

빛을 내던 자리에 돌을 놓는 것으로 사업의 결산이 끝날 수는 없다. 제천시는 무엇이 잘못됐고, 얼마를 회수했으며, 누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답해야 한다. 시민이 묻는 것은 새 보도의 재질이 아니라, 그 아래 남은 비용과 책임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