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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한마디] 감사 지적 72건?? 제천시의회는 감시자인가, 거수기인가

 

충북도가 제천시의 계약 행정을 감사하자 같은 사업을 나눠 수의계약을 맺고, 이미 계약한 용역을 다시 발주한 사례 등이 드러났다. 제안서 평가위원회 운영과 평가점수 공개 방식도 지적받았다. 제천시가 답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집행부의 답을 받아내야 할 제천시의회에도 질문이 향한다. 의회는 도 감사가 공개된 뒤 무엇을 요구했는가.

 

지방의회가 모든 계약의 위법·부당 여부를 사전에 판정할 수는 없다. 예산안에 사업비가 적혔다고 계약 과정의 모든 서류가 의원 앞에 놓이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충북도가 찾아낸 문제를 의회가 먼저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의원 모두를 거수기라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감사 결과가 공개된 뒤의 태도에는 그런 설명이 통하지 않는다. 이제 의회는 무엇이 지적됐는지 안다. 사업별 계약 자료를 요구하고, 담당 부서를 불러 경위를 묻고, 시정 결과를 확인할 출발점이 생긴 것이다. 그때부터 의회의 책임은 “왜 몰랐나”를 넘어 “알고 난 뒤 무엇을 했나”로 옮겨간다.

 

제천시의회가 집행부에 물어야 할 내용은 추상적이지 않다. 분할 수의계약으로 지적된 사업은 무엇이며 발주를 나눈 근거는 무엇인가. 중복 발주된 용역에 지급된 돈은 얼마이고 회수할 수 있는가. 평가위원회 운영의 문제는 어느 사업에서 발생했으며, 누가 계약 과정을 검토하고 승인했는가. 제천시는 지적 사항별 조치 내용과 완료 시한을 밝혀야 한다. 의회는 그 답을 공개된 회의에서 받아 시민에게 전해야 한다.

 

다른 지방의회는 외부 감사 결과를 집행부에 책임을 묻는 출발점으로 삼았다. 안성시의회는 서안성체육센터 민간위탁 문제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 보고서에서 행정 절차의 위법·부당한 문제 등이 지적되자, 안성시청을 조사 대상으로 하는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의회가 밝힌 조사 목적에는 진상 규명과 책임 소재 확인, 제도 개선이 들어 있었다. 무안군의회 역시 도 종합감사에서 지적된 체육회 보조금 문제에 대해 환수 완료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한 사례가 있다.

 

두 의회가 내린 판단을 제천에 그대로 옮기자는 뜻은 아니다. 감사의 내용과 경중을 따져 필요한 조치를 정해야 한다. 다만 외부 감사가 문제를 드러냈을 때 지방의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는 분명해진다. 시의 해명을 받아 적는 데 그치지 않고 자료를 요구하며, 책임을 묻고, 바로잡을 때까지 확인하는 일이다.

 

제천시의회에도 그럴 절차가 있다. 자신들이 실시한 행정사무감사의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해마다 집행부의 조치 결과를 보고받아 왔다. 이번 충북도 감사 결과도 소관 위원회별로 검토하면 된다. 지적된 사업의 예산 심의와 결산, 과거 행정사무감사 기록을 대조해 의회가 이미 문제를 짚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짚었다면 시가 왜 고치지 않았는지 묻고, 놓쳤다면 어떤 자료와 질문이 부족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여기에는 시간의 구분도 필요하다. 문제가 된 계약이 언제 이뤄졌고 당시 어느 의회가 심의했는지 확인해야 과거의 감시 책임을 정확히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공개된 감사 결과를 어떻게 다룰지는 현 시의회의 책임이다. 이전 의정활동의 기록을 따지는 일과 현재의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일 가운데 어느 하나도 미룰 이유가 없다.

 

최근 시민들 사이에서 시의회의 견제 능력과 의지를 묻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감시하는 척하면서 집행부의 거수기 노릇만 하는 것 아닌가.” 의원들이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행동으로 반박하면 된다. 감사 결과를 의회 안건으로 올리고, 제천시의 답변을 공개적으로 받아내고, 약속한 조치가 끝났는지 다시 확인하면 된다.

 

시민이 의원에게 준 권한은 집행부의 설명에 손을 들어주는 권한이 아니다. 집행부가 답하기 꺼리는 질문도 시민을 대신해 던지라는 권한이다. 충북도가 문제를 찾아냈다. 이제 제천시의회가 제천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에도 의회의 질문이 보이지 않는다면 ‘거수기’라는 비판을 더는 거친 말이라고만 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