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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재명 대 조희대, 대통령 떠난 사이 시작된 정면승부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길에 오른 다음 날,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를 거부했다. 지난 22일의 일이다.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 나온 공개 선언에 청와대는 즉각 반발했다. 대법원장은 물러서지 않았고, 지난 23일 다시 입장을 냈다. 이제 대법관 한 자리를 둘러싼 이견은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정면충돌이 됐다.

 

조 대법원장은 재제청을 요구한 공문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후보 제청을 반려한 뜻이 분명한데도 대법원장이 임명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맞선다. 양쪽 모두 헌법을 든다. 그러나 시민의 눈에는 권한을 설명하는 말보다 빈 대법관 자리가 먼저 보인다.

 

사법부 독립은 대법원장이 지켜야 할 원칙이다. 대통령의 뜻에 맞춰 후보를 바꾸라는 압박을 받는다면 거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조 대법원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지금의 후보를 고수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 풀 것인지 답해야 한다. 제청권을 끝까지 행사하겠다는 선언만으로 대법관 공백에 대한 책임까지 설명되지는 않는다.

 

발표 시점도 질문을 남긴다. 대통령이 출국한 직후 거부 입장을 공개한 것이 우연이든 판단에 따른 선택이든, 정치적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을 말할수록 시민은 묻게 된다. 그 독립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원칙인가, 공개 대결을 이어가기 위한 명분인가.

 

청와대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다면 임명을 거부한 이유를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대법원장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인선이 진전되지 않는다. 두 기관이 서로의 헌법적 권한을 외치는 동안 재판을 기다리는 시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공백의 장기화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귀국 후 ‘내란 사건 특별수사본부’ 구성을 지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지난 23일 전해졌다. 경찰에 수사 조직을 먼저 두고, 이후 확대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와 청와대의 반발 직후 나온 소식인 만큼 정치권에서는 두 사안을 연결해 해석한다. 여권은 조 대법원장의 행보를 거세게 비판하고, 야권은 특수본이 사법부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맞선다.

 

이 정치적 대립을 곧바로 국민 전체의 판단으로 옮겨 적을 수는 없다. 특수본 구성 검토가 재제청 거부에 대한 대통령의 대응인지, 조 대법원장이 실제 수사 대상이 될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순서가 만들어낸 질문은 피하기 어렵다. 대통령은 귀국 후 내란 수사의 필요성과 범위를 분명히 설명할 수 있는가. 대법원장은 재제청 거부 이후의 해법을 내놓을 수 있는가.

 

이재명 대 조희대. 두 사람의 힘겨루기로만 보면 장면은 자극적이다. 그러나 그 뒤에는 서로 다른 두 과제가 있다. 내란 의혹에 대한 수사는 증거와 법에 따라 진행돼야 하고, 대법관 인선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각자의 권한에 따르는 책임을 지며 풀어야 한다. 어느 쪽도 상대를 비판하는 일로 자신의 설명 의무를 대신할 수 없다.

 

조 대법원장이 먼저 공개적으로 문을 닫았다면, 이제 이 대통령은 귀국 후 어떤 문을 열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수사의 문을 연다면 누구를 겨냥한다는 추측보다 무엇을 확인하려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인선의 문도 다시 열어야 한다. 시민이 기다리는 것은 두 권력자의 승패가 아니다. 비어 있는 자리를 채우고, 의혹은 제대로 수사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