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화려한 꽃과 물결 영상을 비추며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던 제천 중앙시장 문화의거리 ‘달빛정원’ 바닥 LED 전광판이 자취를 감췄다. 전광판이 설치됐던 자리에는 회색 대리석이 깔렸다.
취재진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넓은 광장형 전광판과 수로 옆 통로형 전광판 등 주요 바닥 LED 시설은 철거된 상태였다. 설치 당시 사진과 현재 모습을 비교하면 같은 장소인지 의심할 만큼 풍경이 달라졌다.
달빛정원 경관조명에 투입된 사업비는 17억 원이다. 하지만 일부 시설은 준공 당시부터 고장을 일으켰고, 준공 3∼4개월 뒤부터 하자가 반복됐다는 당시 보도까지 나왔다.
제천시는 여러 차례 하자보수를 요구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대부분의 바닥 LED가 가동을 멈췄고 시설은 철거된 뒤 대리석으로 다시 마감됐다.
이제 제천시가 답해야 한다. 17억 원을 들인 경관조명은 왜 불과 몇 달 만에 멈췄으며, 하자보증 기간에 왜 제대로 고치지 못했는가. 전광판 철거와 대리석 재시공에는 또 얼마가 들어갔고 그 비용은 누가 부담했는가.
"17억 투입한 문화의거리 핵심 시설"
달빛정원 바닥 LED 경관조명 공사는 2020년 4월 13일 착공해 같은 해 9월 3일 준공됐다. 침체한 중앙시장과 문화의거리 일대에 새로운 야간 볼거리와 체험 공간을 만들어 원도심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였다.
시설은 폭포 앞 ‘숨결’을 비롯해 바닥 구간의 ‘물결’, 원형 구조물인 ‘집결’, 샹들리에 형태의 ‘빛결’ 등으로 구성됐다. 사람이 바닥을 밟으면 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해 빛과 영상이 반응하는 체험형 경관시설이었다.
사업에는 바닥 LED 패널을 포함한 경관조명 352개와 LED 샹들리에 1개소가 설치됐다. 경관조명 콘텐츠 14종, 59개 영상과 전기 배관, 컨트롤 패널 등 관련 설비도 함께 구축됐다.
제천시는 준공 당시 달빛정원을 원도심을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시설로 홍보했다. 자연형 수로와 폭포, 분수, 바닥 LED를 결합한 시설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의 벤치마킹 방문도 이어졌다.
2020년 11월에는 달빛정원이 침체한 도심을 되살린 새로운 명소로 소개됐다. 2021년 5월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 방문단이 도시재생 선진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달빛정원을 찾아 자연형 폭포와 수로, 인터랙티브 경관조명을 둘러봤다.
그러나 외부에는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알려지던 시기에 시설 내부에서는 이미 하자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준공 당시부터 고장, 정상운영은 몇 달뿐"
2022년 10월 N통신사 보도에 따르면 달빛정원 경관조명은 준공 당시부터 일부 시설에서 고장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준공 3∼4개월 뒤부터는 하자가 지속해서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제천시는 보수작업을 벌였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못했다. 이후 일부 시설을 제외한 경관조명 대부분의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보도됐다.
앞서 D매체도 2021년 초부터 LED 패널에 지속적인 하자가 발생했으며 제천시가 설치업체에 여러 차례 하자보수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보수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고 2021년 7월경부터 원형 구조물과 샹들리에를 제외한 바닥 LED 경관조명 전 구간이 가동을 멈춘 것으로 당시 기사에 나타난다.
2020년 9월 3일 준공을 기준으로 하면 대부분의 바닥 LED가 정상적으로 운영된 기간은 10개월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부 시설이 준공 당시부터 고장 났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완전한 상태로 운영된 기간은 이보다 더 짧았을 가능성이 있다.
17억 원이 투입된 경관조명 시설이 준공 직후부터 고장 나고 몇 달 만에 제 기능을 잃었다면 단순한 기기 결함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제품 선정부터 설계와 시공, 준공검사와 관리·감독까지 사업 전반을 다시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바닥형 LED는 건물 벽이나 실내에 설치하는 일반 전광판과 환경 자체가 다르다. 보행자의 하중과 충격을 지속해서 견뎌야 하고 비와 눈, 습기, 먼지, 겨울철 결빙과 제설작업에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달빛정원에 설치된 LED 패널이 제천의 기후와 야외 보행환경에 적합한 제품이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방수와 배수, 충격 방지 설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시공 과정에서 관련 성능과 안전 기준을 충족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고장 원인이 패널 자체의 내구성 문제였는지, 콘텐츠나 제어장치의 오류였는지, 전기 배관과 배수시설의 결함이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부품만 반복해서 교체했다면 같은 하자가 재발하는 것은 예견된 결과일 수 있다.
준공검사 과정도 검증 대상이다. 시설이 준공 당시부터 고장을 일으켰다면 제천시는 어떤 시험을 거쳐 준공을 승인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설치 당시 방수·하중·연속가동 시험을 실시했는지, 전문기관을 통해 제품 성능과 시공 상태를 검증했는지, 준공검사에서 하자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하자보수는 실패하고 바닥 LED는 결국 철거"
달빛정원 조명공사의 하자보증 기간은 2022년 9월 2일까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천시는 보증기간이 끝나기 전 시공업체에 지속해서 하자보수를 요청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업체는 반도체 수급 지연과 경영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하자보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이후 업체 대표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N통신사는 2022년 10월 시공업체가 부도나 수리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기존 시설을 살리지 못하면 전체를 철거한 뒤 다시 시공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제천시는 하자보증 기간이 끝나기 전 보증보험사에 하자보수보증금을 청구하고 바닥 LED 패널 전 구간의 상태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증보험금 청구액과 실제 지급액, 보험금 사용처, 보험사의 시공업체 구상권 행사 여부는 시민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17억 원 전체가 보상 대상이었는지, 고장이 확인된 일부 시설의 보수비만 지급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보험금으로 복구하지 못해 추가 시비가 투입됐다면 그 규모와 집행 근거도 공개해야 한다.
취재진이 2026년 9월 현장을 확인한 결과 고장 났던 주요 바닥 LED 전광판은 결국 철거된 상태였다. 전광판이 있던 자리에는 회색 계열의 대리석이 새로 깔려 있었다.
첫 번째 비교 사진에서는 원형 구조물 아래 넓은 바닥 전광판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바닥 전체에 초록빛 자연 영상이 펼쳐졌지만 현재 같은 자리에는 사각형 형태의 회색 대리석이 깔렸다.
원형 구조물은 그대로 남아 있어 과거 사진과 현재 사진이 같은 장소임을 확인할 수 있다. 화려한 영상을 비추던 전광판만 사라지고 그 자리를 석재가 대신했다.
두 번째 사진에서도 시민들이 바닥을 걸으며 꽃 영상을 체험했던 넓은 LED 시설이 확인된다. 현재는 전광판이 철거되고 주변 바닥과 구분되는 밝은색 대리석으로 마감돼 있다.
세 번째 사진은 수로 옆에 길게 설치됐던 통로형 바닥 전광판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물결과 자갈 영상을 비추던 시설은 사라지고 같은 폭과 길이의 석재 통로가 들어섰다.
세 곳의 비교 사진을 보면 고장 난 일부 패널만 교체한 것이 아니라 주요 바닥 LED 시설을 철거하고 그 자리를 석재로 마감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바닥 LED를 철거했다면 최초 사업비와 별도로 철거비와 폐기물 처리비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리석 자재비와 바닥 시공비, 전기·제어시설 철거비도 들어갔을 수 있다.
그러나 제천시가 언제, 어떤 판단에 따라 전광판을 철거했는지 공개적으로 알려진 내용은 찾기 어렵다. 철거와 대리석 재마감에 들어간 사업비와 계약업체, 계약 방식도 시민에게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철거·복구 비용을 시공업체나 보증보험사가 부담했는지, 제천시 예산으로 집행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추가 시비가 투입됐다면 예산 과목과 집행액, 계약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고장 난 시설을 철거하고 대리석으로 덮었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바닥에서는 시설의 흔적을 지울 수 있지만 17억 원의 예산과 행정의 책임까지 지울 수는 없다.
"같은 업체에 또 맡겼나,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전국 최초’"
업체 선정 과정도 짚어봐야 한다. N통신사는 제천시가 관련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와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문화의거리 경관조명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해당 업체는 달빛정원 사업에 이어 8억1000만 원 규모의 의림지 인공폭포 미디어파사드 사업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은 2021년 10월 준공된 것으로 보도됐다.
달빛정원 일부 시설이 준공 당시부터 고장 나고 준공 3∼4개월 뒤부터 하자가 반복됐다면, 제천시가 의림지 사업 계약을 추진할 당시 기존 사업의 문제를 알고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기존 사업에서 하자가 발생한 업체에 또 다른 대규모 경관조명 사업을 맡겼다면 업체의 기술력과 하자 처리 능력, 경영상태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밝혀야 한다.
문화의거리와 의림지 사업의 계약 시점과 제안서 평가위원 구성, 업체 평가 점수, 기술평가 자료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두 사업이 동일 업체와 계약된 과정에 위법이나 특혜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연속 계약의 적정성을 검증할 필요는 충분하다.
달빛정원 시설이 현재까지 관련 업체들의 시공 실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한 LED 관련 업체 홈페이지에는 제천 문화의거리 사업이 ‘LED 인터랙티브 시공 사례’로 소개돼 있다. 해당 홈페이지는 이 시설을 ‘대한민국 최초 바닥 LED 인터랙티브 시공’이라고 홍보하며 작동 당시의 현장 사진과 영상을 게시하고 있다.
또 다른 미디어아트 관련 업체 홈페이지에도 ‘제천 문화의거리’가 주요 프로젝트로 올라와 있다. 자연형 경관수로와 연계해 LED 인터랙티브 콘텐츠와 샹들리에 등을 구축·운영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그러나 홈페이지에 담긴 화려한 모습과 현재 제천 현장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바닥 전체에 꽃과 물결이 흐르지만 현재 그 자리에는 회색 대리석만 남아 있다.
다만 해당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업체가 제천시와 직접 계약한 시공업체와 동일한 법인인지, 콘텐츠 제작이나 장비 납품에 참여한 협력업체인지는 계약서와 사업 참여자 명단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17억 원이 투입된 공공시설이 ‘전국 최초’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홍보되고 있다면 실제 운용기간과 반복된 하자, 철거라는 최종 결과도 함께 평가돼야 한다.
‘전국 최초’라는 말은 준공 당시의 화려한 사진만으로 완성되는 훈장이 아니다. 시설의 내구성과 정상적인 운영, 유지관리와 하자 대응까지 입증됐을 때 비로소 성공 사례라고 부를 수 있다.
"문제 보도 후 4년, 이제는 제천시가 답해야"
달빛정원 바닥 LED 문제가 언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2022년 10월이다. 당시에는 시공업체의 경영상 문제와 하자보수 불이행, 전체 재시공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그로부터 4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고장 난 전광판은 철거됐고 바닥은 대리석으로 다시 마감됐다. 그러나 철거 시기와 이유, 보증보험금 처리, 철거·재마감 비용, 시공업체에 물은 책임은 시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행정이 시설을 철거하고 대리석으로 다시 마감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흘렀지만 그 과정을 시민에게 설명하는 일은 여전히 남아 있다.
17억 원짜리 경관시설을 몇 달 사용하지 못한 것도 심각하지만 이후 처리 결과를 4년 가까이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점검 중’, ‘검토 예정’이라고 답하고 시간이 지나 시민의 관심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행정의 문제 해결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사업은 준공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고장이 발생하면 원인을 밝히고 복구해야 하며, 책임이 확인되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처리 결과를 세금을 낸 시민에게 보고하는 것까지가 행정의 의무다.
제천시는 최초 계약서와 설계서, 제품 성능자료, 제안서 평가 결과, 준공검사 서류와 하자 점검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시공업체에 보낸 하자보수 요구서와 업체 답변, 보증보험금 청구·수령 내역도 내놓아야 한다.
여기에 바닥 LED 철거 결정 문서와 철거공사 계약서, 폐기물 처리 내역, 대리석 재마감 공사비를 추가로 공개해야 한다. 철거된 LED 패널과 컨트롤 패널 등 장비를 폐기했는지, 보관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했는지도 밝혀야 한다.
시공업체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보험사의 구상권 청구가 이뤄졌다면 그 진행 상황과 결과도 공개해야 한다. 달빛정원에서 하자가 발생한 상태에서 같은 업체가 의림지 미디어파사드 사업을 맡게 된 경위도 설명해야 한다.
17억 원은 행정이나 업체가 홍보 실적을 만들기 위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시민이 낸 세금이며 침체한 원도심을 살려달라는 상인들의 기대가 담긴 예산이다.
관련 업체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대한민국 최초’라는 문구가 빛나고 있지만 정작 제천의 바닥 LED는 철거되고 대리석으로 덮였다. 전국 최초라는 홍보 뒤에서 시설이 왜 고장 났고 시민의 세금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이제는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제천시는 달빛정원 바닥 LED가 왜 준공 직후부터 고장을 일으켰으며 하자보증 기간에 왜 복구하지 못했는지 답해야 한다. 보증보험금은 얼마나 받았고 어디에 사용했으며, 철거와 대리석 재마감에는 얼마가 들어갔는지도 밝혀야 한다.
업체 선정부터 준공검사, 하자 발생과 보수 실패, 보증보험 처리, 철거와 재마감까지 사업의 전 과정을 명명백백하게 소명하고 확인된 사실을 시민에게 있는 그대로 알려야 한다.
화려했던 전광판은 사라졌지만 시민의 질문까지 철거할 수는 없다. 17억 원의 주인인 제천시민에게 사업의 결말을 설명하는 것이 행정의 책임이며 최소한의 도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