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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단양팔경 뒤에 숨은 아홉 번째 풍경

 

단양을 찾은 관광객은 여덟 개의 풍경을 안내받는다. 도담삼봉과 석문, 구담봉과 옥순봉을 둘러보고 사인암과 하선암, 중선암과 상선암을 지나면 단양의 절경을 모두 본 것처럼 여긴다. 관광안내서도 그렇게 말하고 사진첩도 거기서 끝난다.

 

그런데 단양에는 관광안내서에 좀처럼 실리지 않는 아홉 번째 풍경이 있다. 석회석을 캐낸 산과 시멘트 공장의 굴뚝, 폐기물을 실어 나르는 차량과 공장 주변에서 살아가는 주민의 일상이다. 단양강의 유람선과 만천하스카이워크는 관광도시의 앞모습이고, 시멘트 산업과 폐기물 사용을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뒷모습이다.

 

단양군은 오랫동안 ‘대한민국 관광 1번지’를 외쳐왔다. 산 좋고 물 좋은 고장이라는 설명도 빠지지 않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단양의 산수는 굳이 행정이 자랑하지 않아도 아름답다. 문제는 관광객이 카메라에 담는 단양과 주민이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단양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데 있다.

 

관광객에게는 팔경을 권하면서 주민에게는 팔자려니 견디라고 한 것은 아닌가.

 

관광버스는 절경을 따라 움직이고 산업용 차량은 공장을 향해 달린다. 한쪽에서는 청정관광을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시멘트 생산과 폐기물의 연료·원료 사용이 이어진다. 단양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인데도 두 풍경은 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취급됐다. 관광 홍보에는 산업의 그림자가 없고, 산업의 경제성을 설명할 때는 관광도시의 환경적 가치가 잠시 자리를 비운다.

 

양의 머리를 내걸고 다른 고기를 판다는 ‘양두구육’이라는 고사가 있다. 단양의 관광정책을 여기에 곧장 빗댈 일은 아니다. 시멘트 산업은 오랫동안 지역의 고용과 경제를 떠받쳐 왔고, 주민의 삶과도 깊게 연결돼 있다. 관광만으로 지역의 생계를 모두 책임질 수도 없다.

 

그렇다고 ‘먹고사는 문제’라는 한마디가 모든 질문의 마침표가 될 수는 없다. 무엇을 얼마나 반입하고 사용하는지, 그 과정에서 기업은 어떤 이익을 얻는지, 지역에는 얼마가 돌아오는지, 환경과 주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충분한지 따져봐야 한다. 산업의 이익은 구체적인 숫자로 말하면서 주민의 불안만 막연한 기우로 취급해서는 곤란하다.

 

단양지역 주민들이 이런 문제를 처음 제기하는 것도 아니다. 공장 주변의 분진과 냄새, 대형 차량의 통행, 시멘트 소성로에 사용되는 폐기물과 배출물질에 대한 우려는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런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폭발도 없었고 주민 전체를 대피시키는 대형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문제 역시 없는 것처럼 취급됐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말은 참 편리하다.

 

하루아침에 재난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일 조금씩 쌓이는 불편과 불안은 사건이 되지 못했다. 창문을 닫은 날도, 공장으로 향하는 차량을 피해 길가에 멈춘 순간도, 무엇이 타고 무엇이 배출되는지 궁금했던 주민의 질문도 통계 밖으로 밀려났다. 사고가 없었던 것인지, 사고라는 이름을 얻지 못한 일들이 계속됐던 것인지 되물어야 한다.

 

옛 고사에 ‘곡돌사신’이 있다. 굴뚝을 굽히고 아궁이 옆에 쌓아둔 땔감을 멀리 옮겨 불을 예방하라는 뜻이다. 불이 난 뒤 물동이를 들고 달려온 사람에게만 큰상을 차리지 말고, 불이 나기 전 위험을 경고한 사람부터 기억하라는 교훈이다. 굴뚝이 많은 단양에 이보다 어울리는 고사도 드물다.

 

큰 사고가 난 뒤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건강조사를 벌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어려운 일은 사고가 없을 때 질문하는 것이다. 측정값은 믿을 만한지, 감시 장비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주민에게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는지, 업체의 경제적 이익에 비해 지역 환원은 적절한지 미리 살피는 일이다. 굴뚝을 굽히라는 주민의 말을 지역경제를 모르는 푸념으로 치부하다 불이 난 뒤에야 물동이를 찾는다면 너무 늦다.

 

단양군도 선택해야 한다. 관광과 산업 가운데 하나를 버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관광도시의 간판과 산업도시의 현실을 더 이상 따로 관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관광 홍보에는 수백만 명이 찾는 절경을 내걸면서 환경 문제를 묻는 주민에게는 법적 기준을 지키고 있다는 답변만 되풀이해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법적 기준은 행정이 지켜야 할 최저선이지, 주민이 안심해야 할 충분조건은 아니다.

 

단양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관광 구호가 아니다. 무엇이 들어오고 무엇이 타며 무엇이 배출되는지, 그 과정에서 누가 돈을 벌고 주민에게는 무엇이 돌아오는지 보여주는 정직한 장부다. 주민 건강과 환경을 위한 조사도 기업이나 행정의 설명에만 의존하지 않고 투명하게 검증돼야 한다.

 

팔경은 아름다워서 수백 년을 살아남았다. 아홉 번째 풍경은 감춰졌기 때문에 오랫동안 남았다.

 

이제 단양의 관광안내서를 한 장 더 넘겨야 한다. 거기에는 새로 만든 전망대나 출렁다리가 아니라 관광 홍보사진 밖으로 밀려난 산업의 현장과 주민의 삶이 들어가야 한다. 그 풍경까지 제대로 바라볼 때 비로소 단양은 관광 1번지라는 간판을 당당하게 걸 수 있다.

 

단양팔경을 보러 온 사람은 언젠가 돌아간다. 아홉 번째 풍경 속 주민은 오늘도 그곳에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