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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람을 못 찾은 경찰, 사건부터 지웠다

 

“실종자는 돌아오지 않았는데 경찰 기록에서는 먼저 사라졌다.”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 씨는 석 달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경찰이 찾지 못한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찾지 않았다.

 

장 씨는 지난 5월 12일 밤 제주시 한림읍의 거주지를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사흘 뒤 남자친구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지만 사건은 약 2시간 30분 만에 끝났다. 담당 경찰관은 “장 씨와 연락이 됐고 안전하다”고 가족에게 설명했다. 자신의 위치를 가족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족은 경찰을 믿었다. 살아 있고 안전하다는데 더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조금 지나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며 기다렸다. 그 기다림이 두 달을 넘겼다.

 

나중에 확인된 사실은 정반대였다. 담당 경찰관과 장 씨가 통화한 기록은 없었다. 안전을 직접 확인했다는 객관적인 자료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 내부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서는 장 씨의 자료가 해제되거나 삭제된 정황까지 드러났다. 살아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사람이 경찰 전산망에서 먼저 사라진 것이다.

 

그사이 폐쇄회로TV 영상은 보존기간이 지나 대부분 지워졌다. 실종 직후라면 확인할 수 있었던 휴대전화 위치와 차량 이동, 목격자 진술도 시간이 흐르며 희미해졌다. 경찰이 뒤늦게 한림항 일대에 대규모 인력을 투입했지만 이미 석 달이 지난 뒤였다. 수색 인원은 많아졌지만 찾아야 할 흔적은 줄어 있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것이 한 번의 실수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같은 경찰관은 지난 7월 접수된 60대 남성 실종신고도 비슷하게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족에게 “실종자와 연락이 됐고 무사하다. 가족에게 위치를 알리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뒤 사건을 끝냈다.

 

해당 남성의 가족은 장미란 씨 사건 보도를 보고 자신들이 들었던 경찰의 말과 너무 비슷하다고 생각해 다시 신고했다. 경찰이 재수색에 나선 다음 날, 남성은 실종 5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건에서 사용된 설명은 놀랄 만큼 닮았다. 실종자와 연락이 됐다. 무사하다. 다만 가족에게 위치를 알리고 싶지 않아 한다. 가족이 더 이상 경찰에 묻지 못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그 말 뒤에는 통화기록도, 대면 확인도, 영상통화도 없었다.

 

“사건을 지운 손은 한 명이지만, 그 손을 막지 못한 조직까지 개인의 일탈로 숨을 수는 없다.”

 

담당 경찰관 한 사람의 고의적인 직무유기라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을 구속한다고 사건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경찰 조직이 개인의 일탈로 선을 긋는 순간 더 중요한 질문들이 묻힌다.

 

어떻게 일선 경찰관 한 명이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실종사건을 사실상 혼자 종결할 수 있었는가. 상급자는 무엇을 확인하고 보고를 받았는가. 실제 통화 여부를 묻는 사람은 왜 없었는가.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서 자료가 사라졌는데도 경고가 울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민간기업에서 작은 지출 하나를 처리해도 담당자와 팀장, 관리부서의 확인을 거친다. 그런데 사람 한 명이 사라진 사건은 경찰관 한 사람의 전산 입력으로 끝날 수 있었다. 연락했다는 말 한마디면 됐고 통화기록은 필요하지 않았다. 허위보고를 걸러낼 장치도, 종결된 사건을 다시 확인하는 절차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두고 여러 언론과 전문가들이 내놓는 진단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담당 경찰관 개인의 비위뿐 아니라 지휘·감독과 실종사건 관리 시스템 전체를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일부에서는 오는 10월 형사사법 체계 개편 이후 경찰에 수사권이 더 집중되는 상황을 우려한다. 지금도 경찰 내부에서 사건이 사라지면 외부 기관이 확인하기 어려운데, 경찰의 수사 권한이 더 커졌을 때 누가 부실수사와 사건 은폐를 찾아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반대편에서는 이번 사건을 곧바로 검찰권 복원의 근거로 삼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한다. 장 씨 사건은 정식 형사사건에 대한 불송치가 아니라 실종신고 단계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과거 검사의 수사지휘가 있었다고 반드시 막을 수 있었던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두 주장 모두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줄였다는 이유로 경찰의 잘못에 눈감아서는 안 되고, 경찰의 비리를 이유로 다시 검찰에 모든 권한을 몰아주는 것도 해법은 아니다. 권력이 어느 기관에 있느냐보다 그 권력을 누가 감시하고 잘못된 결정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사건을 마음대로 끝낼 자유가 아니다. 외부의 지휘를 덜 받는 만큼 더 정확한 근거를 남기고 더 무겁게 책임지라는 요구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독립만 있었고 책임은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실종사건 해제 때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의 승인을 받도록 전산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한 조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관리자가 화면에서 승인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는 식이라면 도장 하나만 늘어날 뿐이다.

 

실종자를 찾았다고 종결하려면 실제 통화기록이나 대면 확인, 영상통화 등 객관적인 자료를 의무적으로 남겨야 한다. 신고자에게는 종결 사유와 확인 방법을 문서로 통보해야 한다. 지나치게 빨리 끝난 사건, 대면 확인 없이 해제된 사건, 같은 담당자가 반복적으로 처리한 사건은 자동으로 감사 대상에 올려야 한다.

 

전산기록을 삭제하거나 변경한 이력도 영구적으로 보존해야 한다. 담당자가 사건을 종결하더라도 일정 기간 뒤 다른 경찰관이 실종자나 가족에게 다시 연락하는 교차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장기 미발견 사건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사기구에서 정기적으로 다시 살펴야 한다.

 

경찰 비리를 경찰이 혼자 조사하는 구조도 바꿔야 한다. 담당 경찰관만 처벌하고 지휘선은 ‘보고받지 못했다’는 말로 빠져나가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경찰청 본청과 다른 시도경찰청,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교차감찰을 실시하고 조사 결과를 피해 가족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이번 전수조사는 해당 경찰관이 맡았던 사건 몇 건을 살펴보는 데 머물러서도 안 된다. 전국 경찰관서에서 연락이나 대면 확인 없이 종결한 실종사건, 짧은 시간 안에 해제한 사건, 신고자가 이의를 제기한 사건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실적 관리나 업무 부담을 줄이려고 사건을 단순 민원으로 돌리거나 전산상 털어내는 관행이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아직 조직적인 ‘사건 짬시키기’가 있었다고 단정할 증거는 없다. 그렇다고 담당 경찰관의 일탈이었다는 결론부터 정해놓고 조사해서도 안 된다. 한 경찰관이 두 사건을 같은 방식으로 없앴는데 조직은 스스로 발견하지 못했다. 가족과 언론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두 사건은 지금도 ‘안전 확인’으로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수사권을 독립시켰다면, 잘못 쓴 수사권을 멈춰 세울 독립된 감시자도 있어야 한다.”

 

경찰이 찾지 못한 것은 실종자만이 아니다. 국민의 신뢰도 함께 잃었다.

 

사건을 지운 사람이 한 명이라 해도 그 기록을 확인하지 않은 상급자와 아무런 경고를 보내지 않은 시스템까지 책임에서 빠질 수는 없다. 경찰이 이번에도 개인의 비위로 꼬리를 자르고 전산 절차 몇 줄을 고치는 것으로 끝낸다면 다음에 사라지는 것은 또 다른 실종사건일 수 있다.

 

경찰은 담당자 한 사람의 판단만으로 사건이 사라지지 않도록 종결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경찰 내부의 오래된 업무 편의와 사건 털기 관행도 전수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내부 결재만으로 부족하다면 외부 전문가와 독립적인 감찰기구가 경찰의 사건 종결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을 찾는 경찰이 되려면 먼저 사건을 지우는 방식부터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