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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5억 줘야 내 집 마련”···청년 특공마저 ‘금수저 정책’ 됐다

수도권 평균 분양가 9억원, 서울 15억3000만원
청년도약계좌도 저소득층 중도해지율 40배 높아

 

청년의 내 집 마련과 목돈 형성을 돕겠다며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정작 지원이 절실한 청년일수록 정책에서 밀려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청년 특별공급은 수억원의 자기자본이나 높은 대출 상환능력이 있어야 이용할 수 있고, 청년도약계좌는 납입 여력이 부족한 청년부터 중도해지하는 구조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지난 12일 발간한 ‘청년정책의 계층별 귀착 효과 분석 및 정책 재구성 제언’ 브리프에서 청년 주거·자산형성 정책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소득과 자산이 많은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청년정책 예산은 2021년 21조6000억원에서 2025년 28조2000억원으로 6조6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청년 세대 내부의 자산 격차는 오히려 커졌다. 19∼39세 청년의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0.519에서 2025년 0.561로 상승했고, 상위 20%가 보유한 순자산 비중도 54.6%에서 60%로 확대됐다.

 

자가주택 거주 비율은 2017년 33.6%에서 2024년 21.2%로 급락했다. 정책 예산은 늘었지만 청년의 주거 사다리는 더 가팔라진 셈이다.

 

청년 특별공급은 일정한 소득·자산 기준을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당첨 이후다. 2026년 6월 공급면적 25평 기준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수도권 9억원, 서울은 15억3000만원에 달한다.

 

2025년 30대 근로자의 월평균 급여가 약 41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평범한 직장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이다. 연소득 5000만원인 청년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받으면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약 3억5000만원에 그친다.

 

수도권 평균 분양가 9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하려면 대출을 제외하고도 5억5000만원가량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수도권 평균가격의 분양주택을 실제로 취득할 수 있는 청년이 부모에게 5억원 이상을 증여받거나 가구 연소득이 1억원 이상인 계층으로 사실상 제한된다고 분석했다.

 

청년에게 우선 청약 기회를 주더라도 계약금과 잔금을 낼 능력이 없다면 당첨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청년 특별공급이 무주택 청년의 주거 사다리가 아니라 부모의 재산과 소득에 따라 이용 가능성이 달라지는 ‘금수저 특별공급’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세도 상황은 비슷하다. 청년 전세자금대출 한도가 최대 2억원 안팎인 데 비해 수도권 평균 전세가격은 3억6000만원, 서울은 5억원이다. 수도권 전세를 구하려면 최소 1억6000만원, 서울에서는 3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이 있어야 한다.

 

저소득 청년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공공임대와 월세 지원은 공급량과 지원액이 턱없이 부족했다. 2025년 공공임대 대기 인원은 약 9만명이었지만 실제 입주 가능한 물량은 대기자의 8.3%인 7700여 가구에 불과했다. 월세 지원도 최대 20만원 수준이어서 급등한 주거비 부담을 덜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정책 이용 기회도 계층에 따라 크게 갈렸다. 2024년 주거실태조사에서 주거정책 이용 경험이 있는 청년은 1인 가구가 15.4%, 유배우 가구가 39.6%로 2.6배 차이를 보였다.

 

청년 1인 가구 가운데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정책 이용률은 6.2%에 그쳤지만, 상위 20%인 5분위는 21.1%였다. 고졸 이하 청년의 이용률은 8.9%로 대졸 청년 18.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원이 더 절실한 저소득·저학력·1인 가구 청년이 오히려 정책을 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청년희망적금과 청년도약계좌에서도 같은 문제가 확인됐다. 가입 청년 10명 가운데 3명가량이 만기 전에 계좌를 해지하면서 정부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했다. 중도해지 사유는 실업·소득 감소가 39.0%로 가장 많았고, 긴급한 자금 필요가 33.3%로 뒤를 이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납입액에 따른 중도해지율 차이다. 2025년 7월 기준 청년도약계좌에 매월 10만원 미만을 납입한 가입자의 중도해지율은 39.4%였다. 반면 월 한도액인 70만원을 납입한 가입자의 해지율은 0.9%에 불과했다. 납입 여력이 부족한 청년의 해지율이 여유 있는 가입자보다 40배 이상 높았다.

 

정부 지원이 저축을 오래 유지한 청년에게 집중되는 구조에서 소득이 적거나 불안정한 청년은 중간에 탈락하고, 매달 70만원을 낼 수 있는 청년은 정부기여금과 비과세 혜택까지 온전히 가져가는 셈이다.

 

불안정한 청년 고용시장도 제도와 맞지 않았다. 19∼34세 임금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38.8%에 달하지만 현행 자산형성 상품은 매월 일정한 금액을 장기간 납입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소득 증빙을 가입 조건으로 요구하는 방식도 미취업 청년을 제도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2026년 5월 기준 청년층 고용률은 65.6%에 머물렀다. 고졸 이하 청년은 첫 취업까지 평균 1년 4.5개월이 걸려 대졸 이상 청년의 8.8개월보다 약 1.9배 길었다. 취업이 늦어질수록 자산형성 정책에 진입할 기회도 함께 늦어지는 구조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정책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유리한 위치에 있는 집단이 더 많은 혜택을 가져가는 ‘마태효과’가 청년정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분양과 대출 중심의 주거정책을 공공임대 확대와 현실적인 월세 지원 등 임차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년도약계좌에는 납입 유예·재개와 부분 인출을 허용하고, 구직활동이나 직업훈련에 참여하는 미취업 청년도 가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봉섭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책 혜택이 실제로 필요한 청년에게 도달했는지를 점검하고 평가하는 체계가 미흡했다”며 “단순한 양적 확대를 넘어 지원이 절실한 취약 청년에게 우선 도달하는 실질적인 포용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에게 청약 기회를 주는 것과 실제로 집을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매달 70만원을 저축할 수 있는 청년과 당장 생활비가 부족해 계좌를 깨야 하는 청년에게 같은 방식의 지원을 적용하는 것도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28조원이 넘는 청년정책 예산이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 지원 규모만 키운 채 부모의 자산과 안정적인 소득이 있는 청년에게 혜택이 집중된다면, 청년정책은 격차를 줄이는 사다리가 아니라 격차를 굳히는 또 하나의 장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