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경기도의 재정 상황을 공식적으로 ‘비상 상황’으로 선언했다. 지방채를 대규모로 발행하고 각종 기금까지 끌어다 썼지만 올해 민생사업 예산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서 더 이상 임시방편으로 버티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추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 기자회견에서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불과 2~3년 뒤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또다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의 규모는 숫자로 드러난다.
경기도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9,43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발행 한도 9,460억 원의 99.6%에 달한다. 지방채 발행은 약 20년 만이다.
여기에 기금까지 동원됐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를 개정한 뒤 약 5,588억 원의 기금을 통합계정을 거쳐 일반회계 등으로 활용했다.
그런데도 올해 예산은 온전히 편성하지 못했다.
경기도는 노인장기요양, 산후조리비, 학교급식, 가족돌봄수당, 농작물재해보험,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등 상당수 민생사업의 올해 마지막 3개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도는 올해만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돈이 들어오는 구조 자체다.
경기도 전체 예산은 약 41조7천억 원이지만 도가 정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약 3조5천억 원 수준이다.
특히 경기도 세수는 부동산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취득세 의존도가 높다.
2022년 약 11조 원에 달했던 취득세 수입은 올해 8조 원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불과 몇 년 사이 약 30% 줄어든 셈이다.
3기 신도시도 기대했던 세수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당초 6,500억 원으로 예상했던 취득세 수입은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LH 직접개발 등의 영향으로 약 2,300억 원 수준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경기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늘고 있다.
신도시 개발에 필요한 교통망과 소방, 기반시설 확충 등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지만 기업 활동으로 발생하는 법인지방소득세는 시·군에 귀속되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출 압박도 커지고 있다.
경기도 전체 예산에서 복지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9%에 이른다. 고령인구 증가까지 겹치면서 복지지출 확대가 재정 부담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있다.
결국 경기도는 ‘줄이는 재정개혁’과 ‘돈을 더 확보하는 구조개혁’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추 지사는 도지사를 비롯한 고위공직자의 업무경비부터 줄이고, 일회성·선심성 행사와 불요불급한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반복적인 연구용역과 민간위탁, 대행사업도 다시 따져본다. 공직 조직과 공공기관의 인력과 기능도 재배치할 계획이다.
동시에 지방소비세 확대와 기업 유치에 따른 세수 배분 개선, 국고보조사업의 지방비 부담 완화 등 세입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제도개혁에도 나선다.
다만 긴축의 부담을 민생에 떠넘기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추 지사는 “재정위기를 이유로 민생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 등 반드시 확보해야 할 예산은 끝까지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가 지방채와 기금에 의존해 시간을 버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재정 구조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재정 비상 선언은 단순한 예산 절감 발표가 아니라 경기도가 그동안 유지해온 세입·세출 구조 자체에 대한 ‘경고음’이라는 점에서 향후 후속 조치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