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삶은 날로 팍팍해지고 있다. 절박한 상황들이 오늘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전염병처럼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고, 금리마저 인상 흐름이어서 서민들은 불안감을 씻을 수 없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관중은 시 ‘구변(九變)’에서 “민심이 변하는 것은 의식주에서 비롯되고 의식주로 귀결된다. (…) 백성이 살고 국가가 승리하는 것은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人情動變歸衣食 民生國勝無相?)”고 밝힌 바 있다.
■ 민심이 변하는 것은 의식주에서 비롯
그렇다. 민생이 도탄에 빠지면 공동체 존립을 위한 동력을 잃는 법이다. 이런 사회에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질시와 증오, 저항이 증폭된다.
그럼 위정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맹자는 설파한다. “백성의 마음을 얻는 데도 방법이 있으니, 그들이 원하는 바를 해주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민심은 돌아오게 된다(得其心 有道 所欲 與之聚之 所惡 勿施爾也 民歸也).”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주재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는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정책에 일반 국민과 전문가의 현장 목소리를 직접 반영해 수립하겠다는 취지이기에 긍정 평가한다.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은 먼저 부동산 세제 합리화다. 세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징벌적 과세를 주장하는 진영과 조세 부담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를 요구하는 진영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정작 시장이 가장 주목했던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 시점이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전면 개편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은 토론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정책의 방향성만 난무할 뿐, 당장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실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디테일은 결여됐다는 분석이다.
다주택자 및 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 조정 등 보유세 및 양도세 개편 방안을 검토해 시장 매물 유도를 꾀하는 정책이다. 주택 수 중심인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주택 가액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는 시가 30억 원짜리 주택 1가구보다 10억 원짜리 주택 3가구를 보유했을 때 세금 부담이 더 큰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난상토론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됐으나,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구체적인 예외 조항 등 폭발력이 큰 사안들은 제대로 다루지지 앉은 채 원론적인 '갑론을박'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날 화두는 단연 '똘똘한 한 채' 현상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 대통령은 기존의 '실거주'라는 용어를 '거주용'으로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자녀 교육이나 직장 발령 등 불가피한 사유로 주택을 잠시 비우는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초고가 주택에 대한 세금 부담을 어느 수준으로 설정할 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 제시를 유보했다.
■ 시장의 불확실성 해소 위한 세심한 정책을
주택금융 및 대출 규제 완화도 뜨거운 사안이다.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합리적인 대출 규제 완화 및 주거 금융 지원책이 핵심이다. 대출 확대가 집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가계부채와 시장 안정을 우려하는 시각과 청년·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가 좁아졌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공급 가속화는 뜨거운 쟁점이다.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해 3기 신도시 및 수도권 주요 부지의 주택공급을 조속히 추진하는 방안이다. 건설업계는 인허가 지연과 공사비 부담·자금 조달 어려움을 주택공급을 막는 요인으로 꼽았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이주비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반면 시민단체는 공급 속도보다 공공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맞섰다. 공공임대 비중을 늘리고 개발이익 환수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으나, 실질적인 법안 개정이나 규제 완화 없이는 선언적 의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겉도는 논쟁을 넘어 정부 차원의 치밀하고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동산정책은 온 국민의 재산과 밀접하기에 폭발력이 크다. 이재명 정부의 세심한 부동산정책이 요청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