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대한민국 문학은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한국문학은 세계 문학의 중심에 우뚝 섰다. 정부는 국가적 경사라며 축하했고, 지방자치단체는 현수막을 내걸었으며, 언론은 앞다퉈 K-문학의 시대를 선언했다. 한 명의 작가가 이룬 성취는 대한민국 문화의 자부심이 됐고, 우리는 세계가 인정한 한국문학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아 그 자부심을 무색하게 만드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강 작가와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온 서울의 독립서점 '오늘책방'이 문을 닫기로 한 것이다. 운영을 포기한 이유는 문학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건물 매각으로 임대차 계약이 종료됐고, 새로운 공간을 찾으려 했지만 서울의 높은 임대료와 운영비는 작은 독립서점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결국 책방은 독자와의 작별을 선택했다.
물론 누군가는 시장경제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건물주는 재산권을 행사했고, 임대료는 시장이 결정한다. 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문화를 단지 시장의 논리로만 판단하는 순간 도시는 가장 먼저 기억을 잃는다. 오래된 책방이 사라지고, 작은 공연장이 문을 닫고, 독립영화관과 갤러리가 자취를 감추는 이유도 결국 같은 구조 속에 있다.
오늘책방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었다. 작가와 독자가 만나고, 문학을 이야기하며, 작품이 독자의 삶으로 이어지는 문화의 현장이었다. 특히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와 연결된 상징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남달랐다. 그런 공간조차 서울에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는 노벨문학상이라는 결과에는 열광하면서도, 그 결과를 만들어낸 과정에는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노벨문학상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상이 아니다. 작가의 치열한 창작과 출판사의 노력, 그리고 이름 없는 독립서점과 독자들이 오랜 시간 함께 만들어낸 문화 생태계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실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성과는 국가 브랜드로 소비하면서, 그 성과를 키워낸 공간은 시장에 맡겨 둔 채 사라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해외의 문화도시들은 조금 다른 선택을 한다. 역사성과 공공성을 인정받는 서점과 공연장, 예술 공간을 도시의 문화자산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방식으로 보존한다. 임대료 지원이나 문화공간 지정,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단순한 영업장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기억을 지키려는 것이다. 문화가 도시의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은 어떤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동산 가격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문화가 살아남기 어려운 도시가 되고 있다. 높은 임대료는 독립서점만 내모는 것이 아니다. 문화와 예술, 역사와 기억까지 함께 밀어내고 있다. 건물의 가치는 계속 오르지만, 그 안에서 쌓인 시간의 가치는 누구도 보상하지 않는다. 그렇게 서울은 세계적인 도시를 꿈꾸면서도 정작 세계적인 도시가 갖춰야 할 문화적 깊이는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오늘책방의 폐업은 한 서점의 마지막 영업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노벨문학상은 세계가 한국문학의 가치를 인정한 결과였다. 그러나 그 문학을 품었던 공간 하나 지켜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자랑하고 있는 것일까.
문화는 기념식으로 남지 않는다. 작가가 머물던 자리, 독자가 모이던 공간, 시간이 켜켜이 쌓인 장소에서 이어진다. 2024년 우리는 노벨문학상을 얻었다. 이제는 그 영광을 만들어 낸 문화의 토양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언젠가 우리는 노벨문학상을 기억하면서도, 정작 그 문학이 자라난 공간은 모두 잃어버린 도시에서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