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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담합으로 치솟은 기름값, 엄정한 책임 물어야

"오늘 가격 100원 더 올린다. 올해 2조 벌 듯." 정유사 직원 메신 내용 충격

 

검찰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던 지난 3월, 국내 정유사 내부 업무용 메신저에서는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오늘 가격 100원 더 올린다. 올해 2조 벌 듯." 과 같은 충격적인 대화가 작성됐다고 한다.

 

국민은 국제 정세를 걱정했고, 자영업자는 치솟는 유류비를 감당하지 못해 한숨을 쉬었다. 화물차 운전자는 기름값 계산기를 두드렸고, 농민들은 농기계 한 번 움직이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그 시각 누군가는 가격 인상을 수익 기회로 바라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물론 이 사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될 사안이며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다. 그러나 검찰이 공개한 수사 결과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내용은 국민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검찰은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를 가격 담합 혐의로 기소했고, 직접 담합 규모는 14조2천억 원, 의식적 병행행위까지 포함한 경제적 피해는 최대 26조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 역시 가격 상승 흐름에 편승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전량구매 계약과 사후정산 방식 등 공정한 거래를 저해한 혐의로 정유사들을 재판에 넘겼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별도로 제주지역 주유소 가격 담합을 적발했다. 한국주유소협회 제주도지회는 회원사들의 경질유 판매가격을 사실상 결정해 통보했고, 제주농협과 서귀포농협은 가격 결정과 유지 과정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판단돼 시정명령과 함께 총 20억5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가격을 맞추고, 이를 지키지 않는 업체를 관리한 정황까지 확인됐다.

 

담합은 경쟁을 없애는 행위다. 가격을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들이 뒤에서 정하는 순간 자유시장은 존재 의미를 잃는다. 소비자는 더 싼 가격을 선택할 기회를 빼앗기고, 기업은 경쟁 대신 담합으로 이익을 극대화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더 분노를 키우는 것은 의혹의 내용이다. 전쟁은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고, 누군가에게는 가족을 잃는 비극이다. 그런데 검찰이 확보한 메신저에는 전쟁을 가격 인상과 수익 확대의 기회로 받아들인 듯한 표현이 등장했다. 법적 판단과 별개로 기업 윤리의 관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정유사는 국가 기간산업을 책임지는 기업이다. 막대한 시장 지배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기업일수록 더 높은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요구받는다. 그런데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 가격 경쟁 대신 담합을 선택했다면, 이는 단순한 공정거래법 위반을 넘어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다.

 

그동안 담합은 적발돼도 과징금을 내면 끝난다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담합으로 얻는 이익이 처벌보다 크다면 기업은 같은 유혹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처벌이 약하면 담합은 비용일 뿐 범죄가 아니다.

 

이번 사건은 반드시 엄정한 법적 판단으로 이어져야 한다. 사실관계가 재판을 통해 확인된다면 담합으로 얻은 이익보다 훨씬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의 주머니에서 빼낸 이익으로 기업이 성장하는 일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기름값은 숫자가 아니다. 국민의 생활비이고, 자영업자의 생계이며,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비용이다. 그 가격이 경쟁이 아니라 담합으로 결정됐다면, 그것은 시장을 속인 것이 아니라 국민을 속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