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한때는 유명한 관광지를 얼마나 많이 보느냐가 여행의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무엇을 먹고 어떤 문화를 경험하느냐가 여행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다. 음식은 더 이상 관광의 부속물이 아니다. 오히려 관광객을 지역으로 불러들이는 가장 강력한 콘텐츠가 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K-미식여정(K-Gastronomy Journey)'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국의 닭요리 명소를 연결한 'K-치킨벨트'를 시작으로 전통주, 식품명인, K-푸드 페스타까지 지역의 먹거리를 관광과 결합해 새로운 국가 관광자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정부가 단순히 맛집을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음식과 관광지, 전통시장, 숙박, 농촌체험을 하나의 여행상품으로 묶어 지역경제를 살리는 전략을 내놓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정책은 지방자치단체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제 관광 경쟁력은 얼마나 큰 시설을 지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매력적인 이야기를 음식에 담아냈느냐에서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제천을 돌아보게 된다.
제천은 충북을 대표하는 관광도시다. 의림지와 청풍호반, 청풍호 케이블카, 청풍문화재단지, 박달재 등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 있는 관광자원을 갖추고 있다. 자연과 역사, 문화가 어우러진 관광 인프라는 이미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관광객의 소비를 지역경제로 연결하는 마지막 고리는 여전히 약하다. '제천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을 떠올릴 수 있는 전국적인 브랜드는 아직 부족하다. 약채락이라는 훌륭한 브랜드가 있고, 빨간오뎅과 막국수, 한방음식, 능이버섯과 황기 등 지역만의 특색 있는 먹거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각각의 콘텐츠가 흩어져 있을 뿐, 관광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음식이 아니라 기획이다. 관광객은 음식 하나를 먹기 위해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음식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 시장과 체험, 숙박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소비는 하루를 넘고, 체류형 관광으로 발전한다. 정부가 K-치킨벨트를 통해 보여준 것도 바로 이러한 연결의 힘이다.
제천 역시 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의림지를 중심으로 약채락과 전통시장을 연결하고, 청풍호 관광과 민물요리, 와이너리와 전통주 체험, 농촌마을 체험을 하나의 코스로 묶는 전략은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에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한방바이오축제 같은 기존 축제까지 연계한다면 '먹고, 보고, 머무는' 체류형 관광도시로의 경쟁력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이 적기라는 사실이다. 정부는 앞으로 K-미식여정을 중심으로 다양한 미식관광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지방정부가 국비사업과 관광정책을 연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준비된 도시는 새로운 관광 흐름을 선점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도시는 또 한 번 관광객을 스쳐 보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민선9기를 시작하는 제천시가 이러한 흐름을 읽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광정책은 더 이상 시설을 하나 더 만드는 경쟁이어서는 안 된다. 지역의 맛을 도시의 브랜드로 만들고, 그 맛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머물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제 제천이 고민해야 할 것은 새로운 관광지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기존 관광자원에 미식을 어떻게 입힐 것인가이다.
관광객은 풍경만 기억하지 않는다. 그 도시에서 먹었던 한 끼를 기억하고, 그 맛이 다시 여행을 결정한다. 정부는 이미 '미식'을 관광의 미래로 선택했다. 이제 제천도 관광도시를 넘어 '미식관광도시'라는 새로운 경쟁에 뛰어들 때다. 늦으면 따라가는 도시가 되고, 먼저 움직이면 기준을 만드는 도시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