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매사 한목소리를 내긴 어렵다. 태생이 다른 쪽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정치란 게 상대 당 비판과 자당(自黨)을 내세워 ‘정권 창출’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여야 관계가 그렇다 해도 근래 한국 정치는 너무 심하다. 다신 안 볼 것처럼 험한 말을 하고 등을 돌린다. 길고 긴 정쟁(政爭)의 세월은 민초의 삶을 어둡게 한다.
선악이라는 이분법적 가치평가는 무리
그러나 눈을 크게 떠 국내만이 아닌 세계를 보자. 미·중·일·러가 자국 이익에 따라 민첩하게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100년 전 역사가 반복된다면 가장 위험한 곳은 동북아시아다. 특히 한반도는 남북 대치 국면에서 자칫 열강의 먹잇감으로 전락되기 십상이다. 정부의 능동적 외교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럼 국회는? 외교·안보와 경제살리기라는 양대 과제를 구현토록 법적·제도적 뒷받침에 힘써야 할 책무가 무겁다. 정치는 바로 공동선에 기여하도록 틀을 바로잡아줘야 한다. 그래서 법과 정의가 살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중국 전국시대 한비자가 말했다. “수레를 만드는 사람은 모든 사람이 부유하길 바라고, 관(棺)을 만드는 사람은 사람들이 일찍 죽기를 원한다.”
사람은 자신에게 이익되는 일에 관심을 둔다는 인간의 원초적 습성을 대비시켜 간파한 말이다. 이렇듯 인간의 타고난 이익 추구 성향을 놓고 선악이라는 이분법적 가치평가를 들이대는 건 무리일 수 있다.
정치의 장에선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태생이 그렇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당의 본래 목적과 존재 목적은 권력 쟁취”라고 밝힌 게 잘 말해주고 있다. 이는 주기적으로 선거를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게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이 가지는 당연한 역할이자 목표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지만, 당리(黨利) 추구라는 본질을 외면할 순 없다.
물론 개인이든 정당이든 이익 추구는 어디까지나 공공선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 여야가 정치적 이견을 달리하며 정쟁을 해도 금도(襟度)가 있다. 이를 어기면 정치가 아닌 전쟁이다. 너 죽고 나 살기 식 제로섬(Zero-Sum)! 결과는 공멸이다.
22대 국회 후반기 임기는 5월 30일 시작됐다. 6·3 지방선거 일정으로 인해 새 국회의장단이 6월 5일 선출됐고,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뽑히면서 여야 진용이 갖춰졌다. 이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원 구성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해 후반기 국회를 서둘러 정상 가동시켜야 한다.
공정함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
여야는 상임위원장 등을 정하는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서 법제사법위원장직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민주당이 설정한 1차 데드라인인 18일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민주당은 원 구성을 이번 주까지 마무리하겠다는 2차 데드라인을 밝히면서 국회 과반 의석을 앞세운 상임위원장직 단독 선출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거대 양당은 지금껏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갈등하느라 국회를 상습적으로 공전시켰다. 이번 원 구성 협상도 현재로선 순조롭지 않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내주려 하지 않고, 전반기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맡았던 재정경제 기획위·정무위 등 경제 상임위도 가져오려고 한다. 이재명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들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막기 위해 법사위만큼은 차지해야 한다 하고, 다른 상임위에 대해서도 민주당에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전반기 국회에서 상임위 17곳 중 민주당은 10곳, 국민의힘은 7곳이었다.
여야는 국리민복을 생각한다면 볼썽사나운 정쟁을 멈춰야 한다. 힘 있는 여당의 배려가 요청된다. 2004년 17대 국회부터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법사위원장은 원내 2당이 맡아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러다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은 이런 협치 관행을 깨고 두 자리를 독식했다.
“정치는 바르다는 의미이다. 정사를 처리하는 원칙에는 공정함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政者正也 爲政之道 莫若至公).” ‘자치통감(自治通鑑)’을 지은 북송 때의 학자 사마광의 말은 정치의 본령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일러주고 있잖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