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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의 正論칼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들었을 이야기다. 왕의 비밀을 알게 된 이발사는 끝내 그 사실을 숨기지 못했다. 아무도 없는 들판에 구덩이를 파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지만, 결국 그 소리는 바람을 타고 세상에 퍼졌다. 숨기려 했던 비밀은 오히려 더 크게 드러났고, 권력도 진실의 입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는 교훈을 남겼다.

 

오늘의 시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방선거철만 되면 오래 묻혀 있던 이야기들이 다시 떠오른다. 과거의 갈등, 감추고 싶었던 사생활, 정치적 상처와 흠결까지 세상 밖으로 나온다. 누군가는 이를 흑색선전이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국민이 알아야 할 검증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공인이 된다는 것은 결국 사적인 영역마저 일정 부분 국민의 평가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민주주의는 검증을 필요로 하지만, 검증이 인격 파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책과 행정 능력은 사라지고 자극적 폭로만 난무한다면 선거는 축제가 아니라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한다. 시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정치는 혐오의 대상이 된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유권자들이다.

 

반대로 모든 의혹 제기를 무조건 “음해”로만 몰아붙이는 태도 역시 경계해야 한다. 권력은 본능적으로 불편한 진실을 숨기려 한다. 그러나 시대는 달라졌다. 스마트폰 하나면 누구나 기록자가 되고, SNS 하나면 순식간에 정보가 퍼진다. 과거처럼 권력이 언론을 통제하고 입을 막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아무리 덮으려 해도 언젠가는 드러난다. 마치 갈대밭을 스치는 바람처럼 말이다.

 

특히, 지방정치는 중앙정치보다 더 가까이에 있다. 시민들은 시장과 군수를 뉴스 속 인물이 아니라 생활 속 인물로 본다. 그래서 더 엄격한 도덕성과 책임을 요구한다. 작은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도 지역사회에서는 오래 기억된다. 정치인은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감출 수는 없다.

 

우리가 진정 경계해야 할 것은 폭로 그 자체보다도 진실을 대하는 태도다. 잘못이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설명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책임보다 변명에 급급할 때 시민의 신뢰는 더 빠르게 무너진다. 반면 정직한 사과와 성찰은 때로는 비판보다 더 큰 용서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이야기는 단순한 우화가 아니다. 권력과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오래된 경고다. 비밀은 영원하지 않으며, 진실은 결국 세상 밖으로 나온다는 사실이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폭로와 논란 속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도 바로 그것이다.

 

정치는 결국 시민 앞에 서는 일이다. 그리고 시민은 생각보다 오래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