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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 만들기” 돈만 푼다고 될까?

국회미래연구원, “거점국립대 구조조정 없이 성공 어렵다”
학부 줄이고 대학원 키우는 ‘선택과 집중’ 필요성 제기

 

정부가 추진 중인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두고 단순 재정지원 확대만으로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 위기, 수도권 집중 심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거점국립대학 체계 전반의 기능 재편과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7일 발표한 「인구감소 시대, 인재양성을 위한 국공립대학체제 재편 방향」 보고서를 통해 현행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단순 지원사업 수준에 머물 경우 과거 지방대 지원정책의 반복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의 핵심은 명확하다. 지금의 지방 거점국립대학 체제로는 국가 전략산업과 지역 성장동력을 동시에 이끌 연구중심대학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10여 년간 거점국립대 지원사업을 꾸준히 확대해 왔지만, 연구 경쟁력 강화나 지역 혁신 생태계 구축 측면에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져 왔다. 교육 여건은 일정 부분 개선됐지만,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과 지역 인재 유출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특히 “모든 대학을 비슷하게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신 지역별 전략산업과 연계한 ‘선택과 집중’ 방식의 대학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AI 등 권역별 핵심 산업과 연계해 특정 거점국립대를 연구특화 대학으로 육성하고, 여기에 대학원 중심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거점국립대의 학부 정원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대학원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쉽게 말해 현재처럼 대규모 학부생 교육 중심 대학이 아니라, 고급 연구인력과 전략산업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연구거점 형태로 역할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사실상 지방 거점국립대의 체질 자체를 바꾸자는 제안으로 해석된다. 단순히 “지역에도 서울대 수준 대학을 만들겠다”는 상징적 접근이 아니라, 기능 자체를 차별화해야 한다는 현실론에 가깝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선 연계 계획, 후 재정지원’ 원칙이다. 연구원은 먼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권역별 미래산업 전략을 확정한 뒤, 여기에 맞춰 대학 특성화 방향과 구조조정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돈부터 내려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대학이 어떤 산업과 어떤 기능으로 살아남을 것인지 명확한 청사진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향후 대학 체계가 ▲거점국립대는 연구중심 ▲국가중심대학과 일부 사립대는 학부교육 중심 ▲전문대와 일부 대학은 평생직업교육 중심으로 기능 분화될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단순한 지역대학 지원사업이 아니라, 지방대 구조조정과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동시에 맞물린 거대한 고등교육 개편 과제임을 보여준다.

 

다만 현실적 난관도 적지 않다. 학부 정원 축소는 지역사회 반발과 대학 내부 갈등 가능성이 크고, 지역 정치권 역시 대학 축소 프레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또 지역 산업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곳에서는 ‘선택과 집중’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지역 불균형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성패는 단순한 예산 규모가 아니라, 지방대 체제를 어디까지 과감하게 재편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