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수였다.”
논란이 터질 때마다 대기업들이 가장 먼저 꺼내 드는 익숙한 변명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제 묻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무감각해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조차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느냐고.
최근 스타벅스 코리아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마케팅 실패 수준을 넘어섰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이면서도 숭고한 민주화의 상징인 5·18을 앞둔 시점에서 벌어진 부적절한 행태는 국민에게 깊은 불쾌감과 허탈함을 안겼다.
더 큰 문제는 시민들이 이번 사태를 “우연한 해프닝”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신세계그룹 총수의 ‘멸공’ SNS 논란 당시부터 우려의 시선이 향했고, 특정 이념을 자극적으로 소비하고, 사회적 갈등을 놀이처럼 활용하는 듯한 태도가 결국 기업 전반의 문화와 감수성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개인의 자유”라는 방패 뒤에 숨었다. 하지만 기업 총수의 메시지는 단순한 개인 의견으로 끝나지 않는다. 조직 구성원들에게는 일종의 시그널이 되고, 기업 문화의 방향성을 암묵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멸공” 놀이는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5·18은 결코 가벼운 소재가 아니다. 수많은 시민이 국가 폭력에 희생됐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이다. 지금도 광주의 상처는 끝나지 않았고, 유가족들의 아픔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도 일부 기업들은 역사적 의미와 사회적 맥락에 대한 최소한의 경계심조차 잃은 듯한 모습을 벌이고 있다. 매번 논란이 터질 때마다 “의도는 없었다”, “실무진 차원의 문제였다”고 해명하지만, 국민이 느끼는 피로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반복되는 사고는 더 이상 사고가 아니다.
특히 ESG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착한 기업’ 이미지를 내세우던 브랜드들이 정작 역사와 민주주의 앞에서는 이토록 무감각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크다. 화려한 친환경 캠페인과 감성 광고만으로 기업의 품격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시대적 가치에 대한 존중과 사회적 책임 의식이 뒷받침되지 않는 브랜드는 결국 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된다.
기업은 돈만 버는 조직이 아니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공적 존재다. 특히 국민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브랜드일수록 역사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또한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멸공’이라는 자극적 언어를 놀이처럼 소비하던 분위기가 결국 어디까지 흘러갈 수 있는지, 국민은 이번 논란을 통해 다시 한번 목격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필요한 것은 형식적인 사과문이나 꼬리 자르기식 해명이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대하는 기업의 자세가 과연 어디쯤 와 있는지에 대한 뼈아픈 자기반성과 근본적인 성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