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3 (토)

  • 맑음동두천 13.8℃
  • 맑음강릉 22.8℃
  • 맑음서울 17.7℃
  • 맑음대전 15.7℃
  • 맑음대구 18.1℃
  • 맑음울산 19.3℃
  • 맑음광주 18.5℃
  • 맑음부산 21.0℃
  • 구름많음고창 15.4℃
  • 구름많음제주 20.4℃
  • 맑음강화 15.3℃
  • 맑음보은 13.2℃
  • 맑음금산 12.6℃
  • 구름많음강진군 16.2℃
  • 맑음경주시 15.8℃
  • 구름많음거제 17.1℃
기상청 제공

[서인석 칼럼] 정년은 끝났는데, 왜 다시 구직자가 되어야 하나

예순한 살.

 

어느 정년퇴직자는 오랜 세월 한 직장에서 책임을 다하고 정년퇴직을 했다. 이제는 조금 숨을 고르며 살아도 될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다. 실업급여를 신청하자 돌아온 말은 “구직활동을 해야 지급이 가능하다”는 안내였다. 순간 허탈함이 밀려왔다고 한다. 나라에서는 정년을 정해 회사를 떠나게 만들고, 또 한편에서는 아직 일할 나이이니 다시 취업 활동을 하라고 요구한다. 과연 이것이 현실에 맞는 제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61세가 일을 전혀 못 하는 나이라는 뜻은 아니다. 지금의 60대는 과거와 다르다. 건강하고 경험도 풍부하다.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 연령이다. 문제는 “일할 능력이 있다”는 것과 “실제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점이다.

 

현실의 기업들은 여전히 나이를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정년퇴직 후 재취업 시장으로 나오면 대부분 단기 계약직이나 저임금 일자리뿐이다. 평생 쌓아온 경력과 전문성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나이라는 숫자 앞에서 쉽게 밀려난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구직활동을 의무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행정적 기준만 남아 있을 뿐, 현장의 어려움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제도처럼 느껴진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고령화 시대를 이야기하면서도 정년 제도는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평균 수명은 길어졌고 은퇴 이후의 삶도 수십 년이 남아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기업은 60세 전후에 노동자를 현장에서 내보낸다. 결국, 사람들은 준비되지 않은 은퇴와 불안한 재취업 사이에서 흔들리게 된다.

 

이제는 단순히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구직활동을 하라”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말 필요한 것은 형식적인 구직 증명이 아니라, 고령층이 안정적으로 계속 일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정년 연장, 임금체계 개편, 고령자 맞춤형 일자리 확대 같은 현실적인 대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평생 성실히 일한 사람들이 정년 이후에도 생계와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없다. 은퇴는 사회에서 밀려나는 순간이 아니라, 경험과 지혜를 다른 방식으로 이어가는 새로운 출발이어야 한다. 이제는 “몇 살까지 일할 수 있는가”보다 “어떻게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