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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첩] 민생을 붙잡고 정치를 외치는 국회

 

국회 본회의장이 또 멈춰 섰다.


이번에는 여야 충돌도, 몸싸움도 아니었다. 이미 여야 합의로 법사위를 통과한 민생법안들조차 필리버스터의 벽에 가로막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국 본회의 산회를 선언하며 “분통이 터지고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이 공개석상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흔치 않다. 그만큼 상황이 비정상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제는 필리버스터 자체가 아니다. 국회법이 보장한 합법적 권한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이 묻는 것은 따로 있다. 왜 하필 ‘민생법안’까지 붙잡느냐는 것이다.

 

육아휴직 확대 법안을 기다리던 워킹맘의 절박한 문자 내용은 정치권이 놓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 돌봄 공백 앞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부모들에게 법안 처리는 정치공방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하지만 국회는 어떤가.


합의 처리하기로 한 법안마저 정쟁의 카드가 됐다. 개헌안 재표결 문제와 민생법안을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은 국민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다.

 

필리버스터는 소수 의견 보호를 위한 제도다. 그러나 합의된 민생법안마저 무차별적으로 지연시키는 순간, 그 제도는 민주주의 장치가 아니라 정치적 버티기 수단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더 우려스러운 건 국회의 오래된 ‘관성’이다.


민생보다 정략이 우선되고, 국민 삶보다 당리당략이 앞서는 모습은 반복돼 왔다. 여야 모두 필요할 때는 민생을 외치지만, 정작 본회의장에선 민생이 가장 먼저 멈춰 선다.

 

국민들이 원하는 국회는 거창한 명분 경쟁의 무대가 아니다. 필요한 법안을 제때 처리하고, 갈등 속에서도 최소한의 합의를 지켜내는 상식적인 국회다.

 

정치는 싸울 수 있다. 그러나 민생까지 인질로 잡는 순간, 당신들의 존재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